이 맘때면 생각나는 음식이 있는데, 그게 꿩육수에 동치미 냉면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내가 한번도 이걸 제대로 먹어본 적이 없다는 것. 옛날 우리집에 세들어 사시던 이북 어르신 내외분이 항상 말씀하시던 것이라서 그 맛을 상상으로나마 기억하고 있을 뿐이다. 동치미 냉면이라는 걸 팔긴 하지만 꿩 육수하고 함께 내는 곳은 없었던 것 같다. 그 분들 말씀에 따르면 냉면은 여름철 음식이 아니라 겨울철 음식이다. 밖에 흰 눈이 푹푹 쌓이는 밤이면 설설 끓는 아래목에 둘러 앉아 뜨거운 꿩육수를 훌훌 마시며 얼음이 퍼석한 차가운 동치미 냉면을 먹었다는 게 그 분들 이야기. 그 분들의 주장은 떡국도 꿩고기하고 함께 먹어야하는 건데, 꿩고기가 없으면 닭고기를 대신 쓰기도 해서 꿩대신 닭이라는 말이 나왔다는 거다. 여하튼, 이런 상상의 음식은 백석의 <국수>라는 시를 만나서 더욱 확신을 갖게 되었다.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렇게 오는 그 국수, 냉면을 백석은 다음과 같이 읊는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그래, 이건 단순한 '냉면'이 아닌 거다. 이게 바로 '음식'이다.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사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렇게 오는 그 국수, 냉면을 백석은 다음과 같이 읊는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히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그래, 이건 단순한 '냉면'이 아닌 거다. 이게 바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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