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운하라는 미스테리 세상읽기

이명박과 그의 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타산성 없는' 운하를 파려는 걸까? 수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듯이, 21세기에 운하를 새로 판다는 건 여러 모로 경제적이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걸 포기하지 않는 까닭은 뭘까? 궁금해서 못 살겠다. 근데 나만 이런 건 아닌 모양이다. 언론들도 이미 이런 궁금증을 표명한 바가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당선자가 경부운하를 주장한 시기는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때 세종연구소에서 경부운하건설에 대한 기본안을 제시했다고 <연합뉴스>를 인용해서 <조선일보>가 보도했던 적이 있다. 그리고 2005년 서울 시장 재직시절에도 이명박 당선자는 경부운하에 대한 강한 집착을 보였다. "서울과 부산을 내륙으로 잇는 경부운하를 건설하면 고용 창출, 내수 확대,국토 균형 발전 등 그 경제성이 놀라울 것"이라는 이유였다.

이 주장을 분석해보면, 이 당선자는 두 가지 타당성을 지적하는데, 그 첫 번째가 "물류이동 비용을 줄이고 수자원을 확보할 수 있으며 미래 레저산업의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경제적인 타당성'이고, 두 번째가 "사람들은 기술적인 어려움을 얘기 하지만 개인적으로 볼 때 도심 한 가운데서 공사하는 청계천 복원보다 이 운하 건설이 더 쉽다"는 '기술적인 타당성'이다. 그리고 나머지는 비전인데, "내륙의 모든 물자가 바로 수송될 수 있다"는 점과 "전국적인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며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그것들이다.

그러나 이런 타당성은 말 그대로 '논리적'으로 반박당하고 있다. 그리고 그 반박논리가 엉성한 경부운하옹호론보다 더 야멸차다. 훨씬 설득력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명박과 그의 사람들은 이미 운하 건설을 기정사실로 하고 있다. 논의의 장은 이미 닫힌 것이고, 이제 힘 싸움만 남았는데, 그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의아할 수도 있겠지만, 경부운하는 처음부터 경제논리에 따라 제기된 게 아니라 은밀한 정치적 계산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라고 봐야할 거다. <주간동아>에 나온 다음과 같은 기사가 말해주는 게 이것이다.

"실제로 문경시 곳곳에서는 콘도와 대기업 연수원들이 들어서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지역에서 십수 년간 농업에 종사했다는 박경환(43) 씨는 운하에 대한 의견을 묻자 “수몰지역만 많지 않으면 운하든 뭐든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간 개발에서 소외된 지역의 한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하지만 중앙정치의 흐름을 잘 아는 문경시 관계자들의 반응은 이보다 훨씬 강렬했다. 문경시는 조령천과 주흘산으로 둘러싸인 천혜의 절경을 지녀 운하가 만들어지면 곧장 내륙관광 중심지로 떠오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바지선이 오르내리는 문경리프트까지 설치된다면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기대심리는 비단 문경이나 충주지역에서만 타오르고 있는 게 아니다. 부산과 경남도 만만치 않다. 특히 부산 같은 경우는 아주 오래 전부터 물류 개선의 문제를 낙동강과 연결해서 해결해야한다는 '진보적' 여론이 들끓던 지역이다. 일제 식민지시절에 한반도 병참기지화를 위해 급하게 철도를 부설하는 바람에 낙동강을 이용한 효율적인 물류 유통 경로가 만들어지지 못했다는 주장이 오래 전부터 '민족담론'의 외피를 뒤집어 쓰고 논리화되어 있었던 것이다.

경부운하를 반대하는 의견은 이렇게 개발로부터 '소외된 지역'에서 끓어오르고 있는 복잡한 열망을 타고 넘어야한다. 한국 사회 전체가 개발의 열망으로 불타오르고 있는데, 이 뜨거운 열기를 잠재울 차가운 논리는 당분간 먹혀들 것 같지 않다. 이재오 의원의 운하길 답사는 이런 지역의 열기를 확인하고 서울의 정치인들을 압박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던 것이다. 이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지 아직 정확한 자료는 없다. 그러나 정황상 경부운하를 둘러싼 대립은 건설자본과 기타 자본의 대립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지만, 약간 한국 상황에서 이게 말이 되지 않는 게, 대기업치고 건설자본을 끼고 있지 않은 경우가 없다는 사실이다. 경부운하건설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가한 건설기업의 면면을 보면 이걸 알 수 있다. 대우건설,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인데, 결국 이런 사정을 감안한다면, 경부운하는 이명박 당선자가 재벌들과 지역 '토호들'에게 주는 종합선물세트인 셈이다. 따라서 본질적으로 이 사업은 지역 주민들의 이해관계를 이용해서 재벌 중심의 축적구조를 여전히 유지하겠다는 발상을 보여주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근본적 문제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이 촉발되지 않는 한, 경부운하건설을 저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이 문제는 일정하게 서로 충돌하는 자본의 이해관계를 이해하고, 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문제이기도 한데, 이런 흐름을 읽어내고 이들의 약점을 정밀하게 타격하는 것이 과연 지금 한국에서 가능할지 잘 모르겠다. 이건 좀비와 싸워야하는 처절한 상황이다. 물리면 그냥 전염이다. 이미 이렇게 맛탱이가 간 좀비들이 사람인줄 알고 나돌아다니는 게 지금 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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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etaak님의 글 - [2008년 1월 24일, 목요일] 2008-01-24 01:00: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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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동사서독 2008/01/24 00:10 # 답글

    서점 가시면 <참여정권, 건설족 덫에 걸리다>라는 책을 찾아보세요.
    그러면 왜 경부운하를 하려고 하는지 대충은 눈치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 이택광 2008/01/24 02:08 # 답글

    단순하게 '건설자본' 탓만 할 수 없는 측면이 있지 않을까요? 나는 이 문제가 그 책에서 지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고 봅니다.
  • 레이나도 2008/01/24 05:18 # 답글

    동사서독님이 꺼내신 책이름을 보니 일본의 방위족과 비슷한 냄새가 나는 단어네요. 건설족이라. 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 sapa 2008/01/24 06:25 # 삭제 답글

    그러니까 핵심은 '개발'이 아니라 '소외'인 건가요?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아직도 박정희의 망령이 떠돌아다니는 셈이군요.
  • mminsq 2008/01/24 07:12 # 답글

    이것을 진행하는 자는 문제를 바라보는 방향이 이미 어긋나있고 그게 왜 그러냐고 따지자면 철학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현상은 복잡한 문제 같지만 오히려 운하를 추진 하는 당사자들은 굉장히 단순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 입니다. 굉장히 단순한 철학을 하는거죠. 단순해서 토론에 의한 논리도 안통합니다. 힘이 우선이고 이게 화끈하다고 생각합니다. 신기하게도 그게 지역 사회와 연동이 됩니다. 한국은 아직 그게 통하는 나라입니다.

    예전 도올 선생이 이야기 했나요? 일제 시대때에 만들어진 의식에 대해 언급하면서... 당시는 자기것이 오직 자기 앞마당이었다고 하죠. 오늘날 남은 자들은 그런 자들인것 같습니다. 모두가 자기 앞마당만 바라보고 있죠. 그리고 오히려 우리가 싸워야 하는 것은 이런 '전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이택광 2008/01/24 08:26 # 답글

    mminsq/ 추진하는 이들의 생각이 단순하다는 말에 동감입니다. 하지만 이와 연동하는 자본의 논리가 단순하지는 않겠죠. 자본이 이런 단순논리에 순치할 수 있는 그 현실이 복잡한 겁니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건, '화끈한 성격' 탓도 있겠지만, 경부운하를 통해 경상도와 충청도를 연결할 수 있는 '물적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믿는 걸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한나라당 세력으로 본다면 '영구 집권'이고 이명박은 이를 통해 제 2의 박정희가 되고자 하는 꿈을 이룰 수 있겠죠. 경부고속도로는 박정희, 경부운하는 이명박, 이런 상징성이 구출될테니까요. 그러나 이 복잡한 현실이 지금 불가능하게 보이는 것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겠죠. 이게 유일한 희망 같습니다.
  • people 2008/01/24 10:15 # 삭제 답글

    솔직히 약간의 패배감에 빠져드는 것도 사실인데요.
    사정이 그렇다면 결국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 아니냐는..
    그 어떤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오든 간에
    해당 지역과 연결된 사람들에게는'긍정적인 결과'가 나오게 되고
    그 결과 현재의 집권당의 정치적 기반이 더욱 더 탄탄해지는 것이
    기정 사실이라면?

    그냥 적응하며 사는 수 밖에 도리가 없지 않냐는..
  • 이택광 2008/01/24 11:06 # 답글

    people/ 그러니 "재미있게" 이 상황을 좀 객관화해서 보는 것도 생존비법이지요. 상황이 암울하다고, 너무 비관만 하는 것도 정신 건강에 좋지 않겠죠.
  • 운하반대 2008/01/24 11:52 # 삭제 답글

    대운하반대서명운동에 동참해주세요!!!

    http://www.gobada.co.kr/sig/sig.php

    모두 동참합시다!!!!
  • 빗소리 2008/01/24 12:35 # 답글

    도대체 왜 하려고 하는지 도통 이해가 안됐는데 이제 약간은 알것도 같습니다. 답답함은 변하지 않지만, 말씀대로 객관적 입장에서 봐도 좋겠지요. 좋은 글들 언제나 잘 읽고 있습니다.
  • 한윤형 2008/01/24 13:32 # 삭제 답글

    저랑 비슷한 생각을 하셨네요. 저는 <드라마틱>의 '드라마틱 소사이어티'란에 "중산층의 복수"라는 제목으로 써봤어요. 사람들이 참여정부에 대해 분노했던 건, 부동산 투기 현상 자체가 아니라, 그 문이 상류층에게만 열리고 중산층 바로 앞에서 닫혔다는 것 때문이 아닐까...... 하는 식으로. 아, 물론 각 '지방의' 중산층들을 말하는 것이죠. 이러니 대한민국의 모든 경제학자가 반대한다 해도, 네티즌들이 앙앙 댄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 나니까 더 비관적이 되어버리는...--;;; 그나저나 이재오 의원의 운하길 답사를 엮은 부분은 아주 훌륭하네요. ^^;
  • 이택광 2008/01/24 13:57 # 답글

    윤형/ 경부운하는 불길하게도, 노무현 정부가 내세웠던 "지역균형발전론"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었어. <주간동아> 기사를 읽고 나니, 더 확신이 갔지. 이거 반대하면 할수록, 수도권 대 지방이라는 대립구도가 더 강화될 것 같구만.
  • people 2008/01/24 14:10 # 삭제 답글

    실제 운하 찬성측도 내륙개발(소외지역개발)이라는 모토를 자주 내보입니다.
    찬성측 논리 퍼나르는 네티즌들도 경제성 얘기에
    "지역은 다 죽으란 말이냐?"고 대응하더군요.
    지자체들 운하 찬성기사들 봐도 비슷한 생각이 들고요.
  • 명랑이 2008/01/24 18:17 # 답글

    좀비는 죽이지 않으면 번식합니다. 하지만 죽이면 안되잖아요?
  • 2008/01/24 18:37 # 삭제 답글

    퍼가도 되나요? 일단 퍼 갑니다. 웹진 폴리티즌과 무브온21로 펌할께요. 나중애 펌에 대해 가부에 대한 의견 주시면 그에 따르기로 하고, 일단 펌합니다.^^ 지송.
  • 청수정 2008/01/24 19:28 # 답글

    이오공감타고 왔습니다.

    잠깐 본문을 읽고 이런 이야기가 떠오르더군요.
    저희 어머니께서 이야기해주신 일종의 야사인데-_-
    이명박이 운하를 건설할려는것은 어느 점쟁이가 '너는 물길하고 운이 트여있다'고 말해서라네요; 그래서 서울시장떄 청계천을 복개했고 결과가 어찌되었든간에 그것이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어서 대통령자리를 노려보는 계기가되었고요. 그래서 그는 이번에도 물길을 만들기위해 운하에 집착하는거랍니다-_-;

    뭐 단순히 신빙성도 없는 이야기인데. 뭔가 일이 있으면 이리저리 점을 치러가는 사람들이 많은 대한민국으로서는 의외로 현실일지도 모르죠 -_-;
  • 無名공대생 2008/01/24 21:38 # 답글

    전에 대구시장이 대구 KBS에서 나와서 이야기하는데, 대구 경북이 살려면
    대운하를 파야 합니다. 하면서 엄청 지지하더군요.
    그러면서 운하 동영상 짜자장 뜨고...

    이번 총선은 한나라당 명패만 걸려도 당선되는 곳에서 하니 이거 씁쓸합니다.
  • 이택광 2008/01/25 00:28 # 답글

    팬/ 이 글은 그냥 퍼가셔도 될 것 같군요. 출처만 밝혀주시면 괜찮습니다.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 괜한 오해를 낳는 경우가 종종 있어서...

    청수정/ 그 얘기는 어느 술자리에서 들었습니다. 그런 요소도 전혀 없다고 말할 순 없겠죠. 하지만, 그건 주관적인 것이고, 이런 주관적인 것이 외화되려면, 객관적인 게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그 객관적인 요인이 뭔지 밝히는 게 비평이겠죠.
  • 낮달 2008/01/25 10:19 # 삭제 답글

    한겨레에서 얼마 전에 이명박을 찍은 사람들이, 사실 거대경기지표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자신의 자산 불리기에 유리할 것 같다는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기사를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명박 찍은 사람들이 다 이기주의자냐'라는 식의 핀잔을 들어먹은 걸로 아는데, 경부운하를 선두로 해서 펼쳐지는 이명박의 정책들과 그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면 갈수록 이게 맞는 것 같아서 기분이 꾸리꾸리하군요...=_=
  • 바보새 2008/01/25 12:49 # 답글

    문경... 천혜의 자연을 가졌으니 운하가 금칠(!) 해주면 대박(!)을 칠 거라고 생각한다고요. 그 운하가, 바로 그 하늘이 주신 자연 환경을 돌이킬 수 없도록 망가뜨린다는 생각은 못 하는 걸까요. 아- 자기 돈 투자해서 돌려서 한탕 하고 빠질 그 몇 년만 망가지지 않으면 된다는 걸까요. 슬퍼요.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이 없다는 것, 진즉부터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아아, 정말 슬퍼요.

  • mooyoung 2008/01/27 00:24 # 답글

    링크걸었습니다. 저의 블로그는 아직 열지 못했습니다. 죄송한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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