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들에게 숭례문이 '수도' 서울에서 사라진 건 놀라운 사건이라는 수식을 넘어서서 일종의 '충격'이다. 김작가는 이걸 9.11테러로 쌍둥이 빌딩을 잃은 뉴욕 시민들의 심정에 빗대었는데, 정확한 비유다. 그때 뉴욕 시민들은 이렇게 물었다.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해서 이런 일을 당해야합니까?" 그렇다. 도대체 우리는 뭘 잘못했기에 숭례문을 잃어야했을까?
숭례문 화재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너무도 허약한 한국사회의 공공의식이다. 숭례문이 불에 타서 사라져버린 건, 이게 '내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국인에게 내 것이 아닌 건 '공짜'다. 공공의 것을 가장 많이 '내 것'으로 만드는 이가 한국에서 강자다. 그리고 '내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건 그냥 방치될 뿐이다. 숭례문은 그렇게 버려졌던 것이다. 한국인의 자존심이 불탔다고 누구는 눈물을 훔치지만, 그렇게 한국인의 자존심 같은 건 이미 쓰레기통에 처박혀 썩어가고 있었다.
숭례문에 설정된 화재보험금이 겨우 9500만원이라는 사실이 말해주는 건 무엇인가? 국보 1호라는 숭례문에 대한 허술한 경비체제가 증명하는 건 무엇일까? 이토록 빈약한 공공성도 너무 많다고 전봇대처럼 뽑아버리려는 정부를 한국의 국민 다수가 지지한 현실에서, 숭례문이 남아 있었던들 언제고 불타서 사라지는 건 시간 문제였을 테다. 과연 숭례문이 타워팰리스였다면, 아니 숭례문이 이건희 회장의 집이었다면, 이렇게 허무하게 그깟 불길에 휩싸여 사라질 수 있었겠는가?
덧글
사람들이 주위에 널려있는 '공공의 것'으로부터 진정으로 내가 혜택을 누리고 있구나라고 느낀다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공공의 것'을 보전하고 가꾸려고 노력할 겁니다. 이것은 누구의 책임을 떠나서 개개인이 사회 속에서 보고 듣고 자라오는 동안 가지게 되는 감각과 의식의 문제 같습니다. '모두의 것'인 공공의 것을 잘 가꾸고 늘려서 나의 이익을 추구하기 보다는 '내것을 남보다 많이 가짐'으로서 나의 이익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사회에서는 내것이 아닌 '남의 것'에 무관심한 것은 너무도 당연하죠.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군대에서 왜 그렇게 병사들이 '미싱'하고 '꾸미는' 것을 싫어하는 지도 연관된다고 봐요. 저도 마찬가지였고요. 사령관 찾아온다고 바닥에 광내는 짓이 나의 위생과 환경에 도움된다고 여겼다면 그렇게 지겹고 죽을 맛은 아니었겠죠. 그게 윗대가리 몇몇의 잠깐동안의 눈요기용으로서만 의미가 있다고 보았으니까 죽을 맛이었죠.
그냥 저 자리 밀어버리고 저기다 다들 좋아라하는 초고층 빌딩 하나 지어서 랜드마크랍시고 자랑이나 하면 차라리 솔직한 거 아닌가 싶습니다.
sapa/ 그게 외려 한국적인 처방일 수 있겠군요. 진짜 속마음은 숭례문 타워나 하나 짓고 싶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