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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광우병 파동에서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은 MBC에게 완패했다. 황우석 신화를 침몰시킨 그 MBC의 능력이 다시 한번 확인된 순간이었다. 여기에서 완패라는 의미는 담론의 헤게모니를 완전히 빼앗겨 버렸다는 뜻이다. 어제 뉴스데스크에서 MBC는 친절하게(?) 쟁점을 짚어주면서 다른 핵심적인 문제로 논점을 바꾸는 기지를 발휘했다. 뱀의 꼬리를 때려 머리를 들게 하는 전략이었다. '국민건강'이라는 민감한 사안은 순식간에 이명박 정부의 외교협상력 문제로 전환되었다.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이 이렇게 된 까닭은 여론을 적으로 만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세상은 복잡해졌는데, 현실을 파악하는 사고구조가 단순한 이분법에 빠져 있으니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지금 사안은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광우병에 걸릴 수 있는가 없는가 하는 게 아니라 만일 광우병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설령 광우병이 미국 내에 발생하더라도 전적으로 "이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미국측의 말만을 믿어야 하는 상황이 문제인 것이다. 말 그대로 '혈맹' 관계의 복원이라는 지극한 이상주의가 이번 협상내용에 들어 있다고 하겠다. 이건 정말 시장논리라기보다 신의와 우애에 기초한 고매한 중세적 형이상학이다. 이명박 정부와 조중동은 "광우병 괴담"이라는 둔갑술을 사용했지만, 전혀 씨가 먹히지 않았다. 그 점잖으신 양반들이 포털 사이트 댓글이나 뒤져서 10대들이 쓴 '~카더라'식 풍문들을 '조직적 유언비어'로 둔갑시키는 사술을 구사하는 걸 지켜보는 마음은 안쓰럽기 그지 없었다. 정말 부르주아 정치가 위기이긴 위기인가 보다. 여론의 바로미터 박근혜 공주가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 대해 일침을 놨는데, 이게 <중앙일보>는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사설에서 볼멘 소리로 지금 이 시국에 이러면 어떡하냐고 불만을 터뜨렸다. 광우병 파동의 폭발력은 대단했다. 한나라당은 손발도 맞지 않는 싱크로나이즈 쇼를 펼치고, 바람 빠진 풍선 같던 민주당이 '검역주권'을 외치며 기세를 높이는가 하면, 자유선진당까지 나서서 "우리는 반미주의자가 아니다"고 만담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 초현실주의적 '개그콘서트'는,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문제들을 던져준다. 이 문제들은 침묵했던 10대 교복부대들이 청계천에 모인 사건에서 드러난다. 이 사건은 국민건강이나 이명박 정부의 외교협상력이라는 두 가지 이슈와 다른 문제를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다. 랑시에르 식으로 말하자면, '정치적인 것'이 출몰한 것이다. 그것도 10대들의 정치가 말이다. 부르주아 민주주의라는 근대 한국의 시민사회가 동의했던 그 이념이 무너지고 있는 혼돈의 공간에 '새로운' 정치가 출몰하고 있다. 보수언론들은 이 사건을 폄하하거나 아니면 이 때문에 긴장하고 있다. 10대들이 그곳에 모인 까닭은 무엇일까? 나는 광우병 때문에 이들이 청계천에 모여 촛불을 밝혀든 것이 아니라고 본다. 광우병은 촉매 노릇을 했을 뿐이다. 이들은 무대 위에 올라가서 자신들의 처지를 토로했다. 이 말들은 어디에서 왔는가? 0교시나 방과후 보충수업을 부활시키고, 사교육을 부추켜 10대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만들고 있는 이명박 정부가 이 말들의 원인제공자이다. 10대들은 '나쁜 어른'들이 쏟아낸 어른 중심의 정책을 직접 피부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치는 그 당사자에게 '피부로' 작동한다. 문화가 정치를 드러내는 방식은 이렇다. 직접적이지 않지만 적나라하다. 지난 대선과 총선이 증명하듯이, 한국 사회에서 정치가 첨예하게 작동하는 두 지점은 바로 부동산과 교육이다. 그리고 이 둘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이번 10대들의 자기 발언은 이런 현실과 무관한 것이 아니다. 10대들은 정치가 첨예하게 작동하는 한 지점에서 그 정치의 영향력을 가장 민감하게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이다 . 그렇다면 과연 이건 환영할 일인가? 일단 한국 사회에서 배제되고 잊혀졌던 10대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 이들이 자기 몫을 주장함으로써, 배제되지 않은 자들끼리 쇼를 벌이는 정치의 극장을 뒤집어 버릴 에너지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관객의 자리에 있어야할 10대들이 무대 위로 올라왔으니 일단 판이 새로 짜일 가능성이 열렸다. 그러나 긍정성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여기까지. 이렇게 표출된 정치적인 것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청계천에 모인 10대들의 목소리가 지금 현재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규범을 넘어갈 정도로 앞서 가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이들의 주장은 소박하다. "나쁜 어른들이 우리에게 못 먹을 걸 먹이려고 한다"는 정도에 그친다. 이건 자본주의의 쾌락원칙을 인정하는 평등주의이다. 어른들이 즐기는 만큼 우리도 즐기고 싶다는 주장이 변형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런 평등주의 발상이 한국 사회에서 세대론을 주요한 정치담론으로 만들어왔다. 청계천에서 드러난 10대들의 정치성은 인터넷이나 휴대폰 같은 테크놀로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이처럼 테크놀로지는 사물의 표면을 덮고 있는 피상성이 아니라 그 내부의 구조를 지배하는 패러다임이다. 인터넷은 계몽의 기계이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나 일부 언론들이 생각하듯이, 지금 10대들은 무지몽매해서 청계천에 나온 게 아니다. 이들은 깨어있기 때문에 거기에서 촛불을 밝힌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들이 손에 손에 들고 있었던 그 촛불은 상징적이다. 촛불이라는 그 계몽의 상징이야말로 10대들의 정치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정확하게 보여준다. 그 10대들은 기성세대가 만들어낸 그 시스템의 밖에서 춤몰한 게 아니라, 바로 그 안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렇게 10대들의 정치성은 이번 광우병 파동에 내재한 이중성을 흥미롭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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