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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계급 세상읽기

나는'중산층'이라는 애매한 말보다 '중간계급'(middle class)이라는 말을 선호하는데, 그 까닭은 후자가 훨씬 명확하게 한국 사회의 계급분포를 설명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중산층이라는 용어는 중간계급보다 부드러운 느낌을 주지만, 사실은 중산층의 역할이나 존재를 중요하게 취급하지 않는 입장을 드러낸다. 말하자면, 중산층은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중간에 위치한 애매한 계층인데 장차 부르주아 계급으로 신분 상승을 이루거나 아니면 프롤레타리아로 몰락해 가는 일시적 집단, 또는 부르주아의 이해관계를 자신의 세계관으로 확립하고 부르주아에 대한 동경을 발산하는 소부르주아지들인 것이다. 둘 다 중간계급에 대한 혐오 내지는 무시가 깔려 있다.

그러나 내가 생각하는 중간계급, 특히 한국 사회에서 이들의 역할은 중간에 끼어 있는 어중간한 세력들이 아니다. 이들이야말로 87년 이후 한국 사회의 '민주화'를 추동해왔던 가장 강력한 정치세력이기 때문이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민주화가 어떤 민주화인가 하는 건 좀 더 깊은 논의를 필요로 하는데, 나의 생각은 한국의 중간계급이 지지하는 민주화라는 건 결국 (신자유주의적인)시장주의이고 이를 통해 쾌락의 평등주의를 달성하는 것이다. 이건 결국 시장의 룰안에 들어와서 '공정하게' 경쟁하는 것을 의미할 뿐, 이 시장에 진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비용에 대한 배려는 사실상 생략된다. 무조건 시장 안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우선과제이고, 그래서 입시경쟁이나 취업경쟁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은 시장 안의 불평등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정작 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불평등'은 용인하는 이상한 논리를 생산한다. 한국 중간계급의 특징은 부르주아를 혐오하면서도 동경하고, 프롤레타리아를 동정하면서도 무시하는 태도에서 찾을 수 있다.

물론 이런 논의와 별도로, 과연 한국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경제수준을 중간계급으로 볼 건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그런데 최근 이명박 정부가 여기에 대한 '명쾌한' 정의를 제공했다. 감세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말이다. 정부는 "감세 효과의 53%가 서민, 중산층, 중소기업에 돌아간다"고 큰소리를 치면서 과표구간으로 연소득 8800만원, 실제 소득 1억 2000만원의 연봉을 '중산층'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드높지만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로 보자면 맞는 말이다. 한국 사회에는 중간계급에 속하지 못하면서도 중간계급 의식을 소유한 '서민들'이 참으로 많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감세정책에 대한 지지가 높다는 건 이를 반증한다.

여러 가지로 죽을 쑤고는 있지만, 그래도 이명박 정부가 한 가지 의미 있는 일을 했다. 한국 사회에 중간계급이 누구인지를 되새겨볼 기회를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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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는데, 도대체 내 머리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권리금' 부분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막연한 생각에 옮김. 현재 관심사안과 조금 떨어진 부분이긴 하나, 이택광의 중간계급, 다시 중간계급은 중산층(혹은 중간계급)과 관련하여 읽어볼만 하다. ... more

  • Counter-revolutionary Practice : 스펙터클의 반정치학 2009-07-02 04:31:10 #

    ... http://wallflower.egloos.com/1809869</a>) 과 이택광, ‘다시 중간계급’(http://wallflower.egloos.com/1816737)를 참조. [3] 기득권과 정면으로 맞서다가 좌초한 노무현이라는 신화는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삼성과 밀착되어 있었으며 집권기간 전반에 걸쳐 이건희 전 회장의 처남인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을 주미대사로 기용하며, 삼성 X 파일 사건에 대해 “정·경 ... more

덧글

  • kristine 2008/09/13 12:44 # 답글

    꽤 오래전 일인데... 제가 서민층을 중산층과 같은 말로 알았다가 크게 당한 적이 있어요.
  • 2008/09/13 12:53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택광 2008/09/13 19:12 #

    그게 이른바 한국형 '경험주의'가 아닐까 해요. 지금까지 국가가 해준 게 없기 때문에그럴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지요. 근데 대체로 그러면 부모님을 따르는 게 보통인데,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용감하세요.
  • erte 2008/09/13 13:40 # 삭제 답글

    여러면에서 의미있는 일인듯 하네요... 그래서 시련은 기회라고 하는건지...
  • 2008/09/13 21:2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 노정태 2008/09/13 22:28 # 삭제 답글

    저는 다소 다른 생각입니다. 연봉 8800만원을 받는 사람부터 '중산층'을 끊으면, 연봉 5000을 넘기는 사람이 자신을 '서민'이라고 강변하는 우스운 현상이 벌어지게 되죠. 요컨대 저는 그러한 개념 정의가, 스스로를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허위의식을 깨뜨리기 위해, 그들이 스스로를 '서민'이라고 여기며 자기연민에 빠지는 것을 부추기는 효과를 낳게 되지 않을까 염려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부유층 중 밑바닥'을 형성하고 있는, 대체로 강남에 거주하고 있는 전문직 혹은 기업의 중간 간부 이상급들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인데, 저는 그들을 있는 그대로 '부유층 중 밑바닥'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중산층이야'라고 말하는 게 누구냐, 이게 관점의 차이를 낳는 지점인 것 같군요. 저는 상류층 중 저소득층에 속하는 이들이 자신을 '상류층 중에 가난한 사람'이 아닌 '먹고는 사는 중산층'이라고 부르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보고 있는 것이고, 이택광 선배님은 중간계층에 도달하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호명하는 것이 문제라고 보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저는 우선 강만수의 8800만원 중산층론은 너무 높은 기준이라고 보고, 그것은 자신을 곧죽어도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아닌 '중간'으로 보고싶어하는 이들의 욕망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좀 더 조사를 진행한 후, 리플이 아닌 다른 공간을 통해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 부랑자 2008/09/14 00:44 # 삭제 답글

    윗 분은 계급, 계층, 계급의식의 개념이 무엇인지 조사를 하셔야 할 듯.

    1. 우리가 "계급"을 무엇으로 정의할 것인가?
    (라는 이야기를 하려면 꼬박 밤을 새고 이야기를 해도 모자를 지경이지만)
    거칠게 말하자면 맑스가 이야기한 '경제적'측면을 중시한 '계급'과 베버가 언급한 '신분'의 개념이 도입된 '계급'에 대한 개념적 혼돈이 계신것 같고,
    (사실 이문제는 우리가 소득수준으로만 계급을 정의할 수 있을까?의 문제와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만, 네오맑시스트 쪽으로 간다면은 Eric Wright개념으로 설명할 수도 있겠지만요)

    2. '중간'과 '중간계급' 그리고 '중산층'이라고 했을 때의 '中'을 어떻게 명명할 것인가? 혹은 개념정의 할 것인가? 와 우리가 이야기하는 '중간의식'(한국사회에서의 '중간'에 관한 의식은 굉장히 특별하고, 한국사람들은 '중간'을 선호하는 고정된 관념들 가지고 있음)과 '중간계급의식'의 차이를 어떻게 이야기 할 것인가?의 조사가 필요하고,

    3. 계급과 계급의식의 상호관계에 대해서도 조사가 필요한듯 합니다.
    자신이 어떤 계급으로 분류되는가? 의 문제와 (앞서 정태씨가 언급하셨듯이)자신을 어떤 계급으로 호명할 것인가?
    다시 말해서, '어떤' 계급 '의식' 인가? 아니면 '어떤 계급'의 '의식'인가의 문제입니다.
    위의 이야기는
    어떤'계급'의식'을 가졌는가?/가지게 되었는가? /왜 그렇게 '재현'하는가?(혹은 재현되는가?)의 문제와도 연결됩니다.
    (이것은 푸코가 맑스가 언급한 '혁명'이 왜 일어나지 않았는가?를 설명한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볼 수도 있습니다. 또 이것은 계급의식과 계급의 모순적 상호관계, 그리고 혁명적 주체도 연결되겠지요. 여기에는 푸코의 유명한 개념인 '타자화'와 허위의식으로서의 계급의식이 무엇인가?가 중심이 됩니다. 파농의 검은피부, 하얀가면에 나온 '정체성'으로서의 '계급의식'도 사실 이런 맥락에 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자세하게는 댓글을 달지 못해 송구합니다.
    나중에 정태님이 '자세한 이야기'를 하신다면 다른 공간에서 다시 '자세하게'
    댓글을 달 것을 기약합니다
  • 홍안촌닭 2008/09/17 16:29 # 삭제 답글

    설마 88만원과 8,800만원을 혼동해서 스스로를 중간계급이라 생각하는건 아닐테고.. 계급분류는 차치하고 그 중간계급이 지향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이택광 교수님의 해석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김대영 2008/09/26 17:52 # 삭제 답글

    저는 중산층과 중간층을 동일한 의미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줄은 몰랐네요. 그래도 일정비율의 사람들은 나처럼 중산층을 자산가 집단으로 생각하고 있는줄 알았는데 착각이었던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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