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실 세상읽기

최진실이 죽었다. 그것도 자살. 으레 그렇듯 세간의 입들은 그가 왜 이런 식으로 삶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방아를 찧고 있다. 물론 그 누구도 최진실이 자살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명쾌한 해명을 제시할 수가 없다. 그 원인은 언제나 오리무중이다. 원인은 복합적일 수 있다. 물론 꾸준히 누적해왔던 원인에 방아쇠를 당긴 건 안재환의 자살이었을 수 있다. 심리적 전이효과 때문에 자살충동이 더 강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상실감은 우울증을 더 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항상 결론은 '우울증'이지만, 멜라니 클라인이 밝히고 있듯이 우울증은 원인이라기보다 방어기제이다. 말하자면,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기 때문에 우울증이 나타나는 거다. 이런 맥락에서 자살의 원인을 '하나의 단서'에서 찾는 건 무의미하다. 모든 자살은 항상 오리무중이다. 그 까닭은 모든 자살은 충동적이기 때문이다. 더 이상 자살충동을 제어할 능력을 상실했을 때 자살자는 자살을 실행한다. 죽은 자는 말이 없고, 결국 무엇 때문에 최진실이 자살했는지를 밝히는 건 파편적으로나마 가능할 뿐이다.

중요한 건 최진실이 왜 자살을 선택했는가에 대한 물음이 아니다. 오히려 최진실의 죽음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묻는 것이 타당하다. 최진실 이전에도 연예인들의 자살은 잇달았다. 여기에 대해 내가 일전에 썼던 <디스토피아, 그리고 여자연예인들>이라는 글이 있다. 연예인들, 특히 여자연예인들의 자살은 바깥을 상상할 수 없는 한국 자본주의의 논리와 무관한 게 아니라는 요지이다.

그러나 다른 연예인들의 죽음과 최진실의 그것은 겹치면서도 갈리는 지점을 드러낸다. 안재환을 비롯해서, 이전에 자살한 여자연예인들은 한국 자본주의에서 낙오할 걸 두려워한 나머지 자기 스스로 자신을 파괴해버린 경우이지만, 최진실의 경우는 딱히 이렇다고 보기 어렵다. 최진실은 한국 자본주의에서 '승자'였고, 한국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우러러보는 부와 명예를 거머쥔 '스타'였다.

최진실의 죽음을 접한 이들의 반응 중 흥미로운 건 "저렇게 날씬하고 예쁜 여자가 왜 자살했을까"이거나 아니면 "저렇게 돈이 많은 사람이 왜 자살했을까"이다. 결국 외모와 재력이라는 두 가지 모두에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톱스타'가 죽음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너무도 초현실적인 거다. 물론 어떻게 생각해보면, 이 특이성의 영역이야말로 최진실을 최진실답게 만들어준 에너지의 근원이었을 수 있다. 죽음 충동이 강한 사람일수록 삶을 밀고 가는 힘도 강하다.

최진실의 자살은 한국 사회에서 최고의 가치로 꼽히는 외모와 재력이 궁극적으로 개인의 불행을 치유해줄 수 없다는 사실을 웅변해준다. 이게 중요하다. 저 둘만 갖추면 삶이 더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는 이들에게, 최진실의 자살은 인정하기 싫은 실재의 귀환이다.

덧글

  • xarm 2008/10/03 02:01 # 삭제 답글

    마지막 문단이.. 많은 걸 생각하게 하네요.
  • 자그니 2008/10/03 02:18 # 답글

    ...반응이..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아요. 네이버 댓글에서 누군가가 남겼다는 [같이 늙어갈 줄 알았다] ... 이 한 문장이 많은 생각을 낳게 하네요.
  • 이택광 2008/10/03 10:40 # 삭제

    그런 반응이 없는 건 아니죠. 아마 나와 같은 최진실 세대는 "억척"으로 최진실씨를 기억해요. 경험이라는 건 다양한 것이지만, 모두가 평등한 건 아닙니다. 주류적인 것이 있고 주변적인 것이 있죠. 최진실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뭔지를 고민해본다면, 그 주류적인 의견이 어떤 건지를 파악할 수 있겠죠.
  • 블랙 스콜라 2008/10/03 08:21 # 삭제 답글

    적어도 90년대에 있어서 고인은

    "한 명의 배우에게 공통된 호감과 그 배우를 떠올리는 유대된 생각...그것이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국민~" 이라는 칭호로 많은 설명이 생략 가능한..."

    그런 분이 아니었나 합니다. 저도 크게 좋아한 배우는 아니지만 뉴스에서 10분을 할애하여 다룬 것이 '그녀' 가 어떤 존재였는지를 상기하게 하더군요.

    안타깝습니다.


  • Jocelyn 2008/10/03 08:50 # 삭제 답글

    저도 어제 '자본주의의 승리자의 자살'이라는 측면에서 윤형씨의 죽음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너무 어려서 정말 놀랐었지요. 삶을 밀고 가는 힘이 강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랬을까요.
  • 이택광 2008/10/03 11:11 #

    모든 자살이 '타살'이라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그가 왜 죽을 수밖에 없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루디네스코가 말하듯이, 이런 것이 도착성을 드러내는 사건이죠. 그레고르 잠자가 "부르주아의 누추한 알몸을 적나라하게 폭로"한 거라는 지적을 기억할 필요가 있겠죠. 그가 거대한 벌레로 변한 건 "애정에 목말라하던 영혼의 크기"를 드러낸 것이니까요.
  • Jocelyn 2008/10/04 17:24 # 삭제

    아, 댓글 덕분에 다시 '변신'을 읽고 싶어졌습니다.,, 우리는 또 누구를 죽이게 될 것인가, 누가 날 죽이고 있는가, 생각하니 착찹할 뿐이군요.
  • jackdawson 2008/10/04 19:19 # 답글

    링크하신 글까지 모두 잘 읽었습니다.
  • 일부동감 2008/10/13 01:00 # 삭제 답글

    동감이 가는 글 잘읽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네 삶이 그리 간단치 않나 합니다. 최진실의 죽음이 우리에게 무엇을 이야기하나... 를 깊에 고민하는 것은 우리의 나은 삶을 위한 필요한 것 같다.

    마지막 방아쇠는 술이 아니었나 싶다. 음주의 운전 만큼 음주삶은 위험하다. 우리의 이성을 망가뜨리는 일등공신다.. 마지막 방아쇠는 음주였다. 라고 생각한다.

    기회가 더 있고 자식들이라는 강한 제어기능이 작동 못하도록 한 것이 음주였을 것이다.

    인류생존의 가장큰 힘은 모성(母聖)이였다. 원시시대 생존의 마지막 파워는 거룩하고 자기목숨도 자식의 삶과 대체하는 거룩한 모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런 큰 방어기제도 망가뜨린 것이 바로 음주였다라는 아주 간단한 중요한 문제를 어느 누구도 거론하는 이가 없다..

    이슬람국가가 자살율이 가장 낮다한다... 추정건데 금주와 관련이 깊지 않나 생각한다.

    여하튼 만인의 여인으로 이제 전설이 되어버린 그녀를 안타까워하며 영면을 빈다.
  • skdh 2008/10/23 18:08 # 삭제 답글

    최진실은 데뷰부터 지금까지 거의 20년간 주연을 하며 꾸준하게 활동한 배우임다. 특히 90년대 대표 아이콘입니다. 항상 밝고 톡톡튀는 연기와 음성에 많은 사람들이 그 매력에 빠져들곤 했습니다. 최근에 아줌마 트랜드를 만들기 까지 한 사람이죠. 특히 많은 어려움에 불구하고 항상 일어서는 오뚜기나 캔디를 연상시킨 배우입니다. 이것은 엄청난 국민적 패닉에 빠지게 하고 있습니다. 시대를 만들어간 배우가 사라진 것은 국민모두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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