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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는 무엇인가? <텔미>에 이어 <노바디>로 인기 절정을 구가하는 원더걸스. 원더걸스는 처음에 10대들을 위한 밴드처럼 보였지만, 이제 그 소비층은 10대에 제한받지 않는다. 원더걸스에 대한 10대나 20대의 열광은 이해할 만하지만, 아니 더 나아가서 30대의 지지도 전혀 생뚱맞은 일은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40대 이상의 관심을 어떻게 봐야할지 궁금하기 짝이 없다. 이를 두고 여러 가지 분석들이 이미 나온 전례가 있다. 가장 손쉬운 분석으로 ‘롤리타 콤플렉스’처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용어를 붙여 이 현상을 설명하는 거다. 어린 소녀에 대한 관음증이나 성도착증 같은 무시무시한 범주로 ‘느끼한 아저씨들’을 싸잡아 정신병원으로 보내버리는 경우도 있었다.
롤리타 콤플렉스 그 너머의 무엇 그러나 문제는 이렇게 단순한 것 같지 않다. 원더걸스 같은 10대 소녀에 대한 ‘아저씨들’의 관심을 무조건 성적인 문제로 환원시키는 것도 어딘가 석연치 않은 일이다. 물론 이런 게 아예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성욕의 문제가 진화생물학에서 설파하는 그런 ‘동물적 차원’에서 제기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원더걸스에 대한 남성적 관심은 다분히 자연의 법칙에 속하는 것이라기보다 사회적인 영역에서 빚어지는 일이라고 봐야할 거다.
무슨 말인가 하면 이런 거다. 정작 중요한 건 원더걸스이지 여성이 아니다. 이런 메커니즘에서 여성은 오히려 억압하고 배제해야할 대상이다. 다시 말해서 원더걸스가 있고 그 다음에 여성이라는 ‘보편적 범주’가 마치 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진다. 그래서 상황은 원더걸스 같은 여성만이 여성이라는 결론으로 귀결한다. 남성에게 필요한 여성은 “모든 주체는 거세에 복종한다”는 남성적 전제를 수용하는 존재이다. 달리 말하자면, 남성이 좋아하는 여성상은 대체로 병든 욕망이라고 비난받는 ‘여성의 향유’를 포기한 경우이다. 김연아의 피겨 스케이팅 경기를 여성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과연 그럴까? 김연아를 둘러싼 남성적 발화들은 김연아의 여성성보다 그의 경기 순위와 메달 색깔에 더 집착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이들의 관심은 남성의 법칙에 종속당해 있는 김연아이지 그 법칙에서 미끄러져가는 10대 김연아의 욕망이 아니다. 10대다운 김연아의 발언에 깜짝 놀라서 호들갑을 떨던 ‘어른 남성 언론’의 모습을 상기해보라. 그래도 김연아는 인터뷰에서 자기만의 욕망을 슬쩍 드러내었지만 원더걸스는 아예 그런 것도 없다. 완벽하게 만들어진 인형인 셈이다. 내가 지금 원더걸스를 속빈 강정이라고 비난하려는 게 아니다. 내가 진짜 말하고 싶은 건 원더걸스에 대한 40대 이상 기성세대의 관심에 숨어 있는 의미이다. 기성세대 욕망에 통합된 10대 취향 10대라는 세대개념은 1945년 이후 미국에서 발명되었다는 게 정설이다. 10대라는 연령층에 정체성을 부여해서 얻은 이익은 어마어마한 것이었다. ‘틴에이저’는 새로운 소비주체로서 전후 서구경제의 활력소 노릇을 톡톡히 했다. 마텔사가 만들어낸 바비 인형도 10대라는 새로운 소비주체를 겨냥한 제품이었다. 바비 인형이 아이의 모습이 아니라 어른의 모습인 건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아이와 어른 중간에 끼어서 모호한 존재로 취급받던 10대가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하는 소비자로 등장한 건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실체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원더걸스에 대한 기성세대의 관심은 전후 서구 10대 문화와 궤를 달리하는 것처럼 보인다. 말하자면 원더걸스는 더 이상 10대만의 문화가 아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원더걸스는 90년대 이래로 본격적으로 한국에 상륙한 10대 문화에 일어난 모종의 변화를 보여주는 징후이다. 이건 ‘전후 체제’라고 불리는 한 시대의 상징질서가 퇴조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원더걸스는 10대의 취향마저 기성세대의 욕망으로 통합되어버린 전후 10대 소비문화의 말로를 보여주는 것 같다. 한마디로 원더걸스는 ‘틴에이저의 종언’을 증언하는 셈이다. ----------- <미디어오늘>에 게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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