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과 변희재 세상읽기

흥미로운 글이 <조선일보>에 실렸다. 변희재의 글이다. 일단 읽어보시라.

실크세대론과 88만원세대론의 소통을 위하여

내가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법을 처음 봤을 때 우려했던 일이 '훈훈하게' 일어나고 있는 현장이다. 요즘 우석훈 박사의 행보가 위태로운 것처럼 보였는데, 이번에 좀 결정타를 터뜨린 것 같다. 변희재와 보수언론의 농간에 놀아나서 진중권이나 까는 일에 힘을 보탠 꼴이 되어버렸으니 말이다. 진중권의 논리를 깐다고 그 자체를 두고 잘못하는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깔려면 좀 적절하게 설득력 있게 까야하는 거 아닌가? 물론 우박사의 의도야 그렇지 않았겠지만, 글을 읽어보니 실크 뭐시기하고 무슨 '토론'을 했는지, 또 변희재를 설득해서 뭘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지 궁금하기 이를 데가 없다.

변희재의 주장에 따르면, 강준만 교수와 조흡 교수가 개최한 '소통포럼'에서 우박사를 만나서 이 문제에 대해 '지면에서 토론하기로 합의'했다고 한다. 그래서 변희재가 먼저 글을 쓰고 거기에 우박사가 화답하는 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 모양이다.

20대 당사자 운동과 변희재의 실크세대

두 글을 읽고 나니, 우박사가 변희재한테 낚였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386세대는 가라, 실크세대가 뜬다"는 생뚱맞은 구호가 뭔가 했더니 변희재가 주도한다는 그 '실크로드CEO포럼'이라는 단체에서 따온 모양이다. 제목만 봤을 때, 실크세대라고 해서 처음에 나는 머리 허연 노년세대가 뜬다, 뭐 이런 말로 착각을 했다. 젊은 놈들 꼴 보기 싫어서 어르신들이 나섰다 이런 뜻으로 생각했던 거다. 그런데 이건 뭐 세대 명칭부터 할말을 잃는다. 왜 '실크세대'인지 다음 글을 보면 알 수 있겠다.

낡은 386은 가라, 20~30대 실크세대가 나간다

변희재의 논리에 따르면 지금 88만원 세대가 고생하는 까닭은 오직 386세대 때문이다. 그 원인으로 드는 것이 두 가지인데, 386세대의 공고한 인맥 패거리와 386세대가 벤처창업한 포털이 그것들이다. 변희재는 다른 원인들도 있겠지만 이 원인들이 더 시급하다고 얼버무리며 지나가는데, 그 이유는 '진중권'이라는 세 글자를 통해 흔쾌히 맞춰진다. 두 가지 원인 모두 진중권과 관련이 있다고 변희재 자신이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전문성도 없는 386세대 지식인" 진중권의 인기가 이 둘 때문에 가능하다고 변희재는 '믿고' 있다. 그전까지는 잘 몰랐는데, 이 글들을 읽어보니 확실히 변희재는 진중권에 대한 강박증이 있는 것 같다. 아마 이런 증상은 진중권의 인기가 치솟으면 치솟을수록 더 심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거 오래 방치하면 마음에 병이라도 생길 것 같다. 걱정스럽다. 망상증 같은 게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내 귀에 도청장치"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진중권의 인기는 앞으로도 쭉~ 갈 것 같으니 이만저만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사실 '88만원' 세대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성립 불가능한 형용모순을 내포하고 있다. 왜냐하면 이건 계급모순을 세대론으로 슬쩍 버무려버린 말이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이 용어를 작명한 저자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 거다. 월급 88만원 받는 이들이 분명 20대의 대다수를 차지하겠지만, 그렇다고 그보다 몇 배를 받는 20대가 없다고 할 수 없다. 이건 비정규직이라는 용어법과 비슷하다. 고용형태를 지칭하는 비정규직이라는 개념을 정치적인 용어로 사용했을 때 문제가 발생한다. 연봉 1억을 받는 비정규직도 엄연히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규직 vs. 비정규직이라는 고용형태를 둘러싼 대립구도는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해답을 가질 수 없는 거짓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변희재는 자신의 문제와 세대의 문제를 혼동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상의 원인을 엉뚱한 곳으로 돌리는 오류도 범하고 있다. 이런 인식을 가진 인물이 "진보적 소장학자'가 주최하는 모임 -- 사실 주최한 면면을 보면, 어디에서 변희재가 뿌듯하게 언급하는 그 '진보성'을 읽어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 에 간다는 것도 우습고, 이걸 "20대 당사자 운동"의 우파버전이라고 띄워주는 우박사도 좀 그렇다. 결국 변희재나 그 '동료들'이 하겠다는 게 자본축적해서 자본가가 되겠다는 거 아닌가? 이게 과연 88만원 세대 해결을 위한 우파버전이라고 할 수 있나? 한국의 우파가 정말 '양심적'이지 않아서 한국 자본주의가 이 모양 이 꼴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아니 오히려 그 반대가 아닐까?

한국 자본주의가 스미스주의적 양심을 견지할 수 없는 축적방식으로 발전해왔기 때문에 한국 부르주아의 양심은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한 게 아닐까? 세대론이 도달 할 수 있는 여러 경우의 수 중에서도 가장 황량한 종착역을 우-변의 토론은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변희재가 말하듯이 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 386세대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스산한 신년인데, 정말 손발 맞춰 왜 이러나.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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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재가 설명해놓은 '실크로드CEO포럼'의 면면을 보면, 이렇다. 흥미로운 인적 구성이다. CEO와 20대라, 요즘 세태에 잘 어울리는 궁합이다.

"실크로드CEO포럼은 기업가 조직이므로 대부분 CEO들이 회원사이다. 그러나 대중문화 평론가, 시의원, 언론운동가 등 다양한 우리세대들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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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봉구 2009/01/27 06:02 # 삭제 답글

    변듣보의 주장 자체가 '보수신문의 포탈 까내리기'와 그 외 몇몇 치졸한 욕망들의 두서없는 조합이긴 하죠. 하여간 '변듣보 is not the man'인건 분명하고 그가 우석훈씨 씹다가 갑자기 친한 척(?) 하는 의도도 사실 너무 속보이는 것이기는 한데.. 우석훈씨가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386 고학력자들(?)의 주변세대인 저로서는 그들에 대한 우선생님의 비판에 거의 100% 공감을 하는 편이구요, 그분들이 한국의 현 상황에 대해 해야할 도리를 변듣보의 헛소리만큼이라도 하고 있냐면 전혀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우석훈씨 입장에서는 '조중동 욕하는 니들한테 변듣보 나무랄 자격이 있냐'라는 메시지를 (다소의 무리에도 불구하고) 던진 것 아니냐.. 변듣보는 진중권 스토커 노릇만 하다가 그래도 뭔가 하겠다고 꿈지럭거리는데 니들은 나아진 게 뭐냐.. 라고 생각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 이택광 2009/01/27 10:12 # 삭제

    '보수신문의 포털 까내리기'라고 하셨지만, 이건 변희재의 말이고, 보수신문은 포털보다 '세대론'에 더 관심이 있었을 겁니다. 88만원세대론에 남아 있는 계급적 색채를 지워버리고 세대론만 남겨 놓고 싶었겠죠. 이른바 실크세대론이 정확하게 그거죠. 변희재는 교활하게 보수신문과 우석훈 모두를 이용해서 제 욕심(진중권 까기)을 채우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보수언론 역시 가만히 앉아서 담론투쟁을 주도할 수 있는 용병을 구한 셈이죠. 어차피 변희재의 존재가치가 이거니 뭐 달리 할 말은 없습니다.

    그리고 조중동에 대한 비판의식하고 변희재에 대한 '혐오'는 서로 다른 사안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조중동 욕하는 니들한테 변듣보 나무말 자격이 있냐"는 말은 그냥 범주오류일 뿐입니다. 이건, "아침 5시면 기상하는 이명박을 낮 12시에 일어나는 너희들이 비판할 자격이 있냐"는 말과 다를 바가 없지요.
  • 의명 2009/01/27 11:34 # 답글

    '실크세대'라는 말이 너무 고급스러운 느낌이고, 보통 사람 다수를 가르키는 말인지 의심이 갑니다. 현재 이루어진 무엇으로 세대를 규정하기 보다는, 앞으로 하고 싶은 걸로 세대를 분류했다는 느낌이랄까, 아무튼 뒤죽박죽이더군요.
  • 이택광 2009/01/27 12:57 # 삭제

    그냥 '실크로드'에서 따온 즉흥적인 세대명 같죠.
  • 흠.. 우박사 2009/01/27 11:42 # 삭제 답글

    우석훈이라는 이름 석자를 보니, 일전에 들었던 소식이 생각나 적어봅니다.

    최근, 우석훈 박사의 블로그에, 우석훈 박사 스스로, 자신이 블로그에 글을 자주 쓰지 못하는 이유가 '필통 http://filltong.net' 에서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밝힌 적이 있는데, 그의 블로그 글을 애독하는 사람들이 필통이라는 곳을 방문해 보았던 모양입니다.
    갔더니, 필통의 홈페이지 대문에는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의 지원으로 '연세 대학교 청년 문화원'이 만드는 곳이라는 글이 있었다고 합니다.
    평소, 대기업 삼성에 대한 비판을 서슴치않으며, 한국의 보수 세력들과, 일부 386세대들에 대한 비판을 해 오던 사람이, 대기업 삼성의 재단의 지원(http://news.naver.com/tv/read.php?mode=LSS2D&section_id=115&section_id2=291&office_id=055&article_id=0000088769&menu_id=115)으로 만들어진 공간에서 열심히! 활동한다는 사실이, 우석훈 박사의 블로그를 방문하던 사람들에게 혼란을 가져다 주었고, 사람들은 우석훈 박사로 하여금 그에 대한 답을 요구했었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다고 하더군요.
  • 보세요 2009/02/03 12:04 # 삭제

    우석훈의 해명도 떴네요. http://retired.tistory.com/571

  • kratia 2009/02/03 22:51 # 삭제

    역시나 그다운 대응입니다. 시사인 고재열 기자의 블로그에서도 학연 학벌 논란이 잠시 있었는데 그때 고 기자의 대응도 참 실망스러웠습니다. 배웠다는 사람들은 이럴 떄 좀 배운 티를 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 실망스런 해명 2009/02/04 04:59 # 삭제

    해명이라고 링크 되어 있는 글을 읽고,
    '이 정도 밖에 안되는구나'라는 생각부터 들었습니다.

    삼성이 후원하고, 연세대 청년 문화원이 주최하고 있는 사이트에서
    활동하는 것에 대해, 사람들이 문제를 삼거나 의구심을 품고,
    답변을 요구했던 이유를
    우석훈씨는 아직 모르고 있는 것 같군요.

    우석훈씨가 말하는 것처럼,
    우석훈씨가 삼성과 묘정의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삼성으로 부터 돈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저도 우석훈씨의 블로그를 꾸준히 지켜보고 있었지만
    우석훈씨에게 답을 듣길 원했던 이들의 생각은
    그것이 아니었다고 판단되었습니다.

    오히려 우석훈씨와 삼성의 관계보다
    삼성을 비판해온 우석훈씨의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 놀라움이
    더 하지 않았을런지요.
  • 실망스런 해명 2009/02/04 05:00 # 삭제

    삼성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는 필통이라는 사이트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본인의 발언이 논란이 되었고,
    그것이 우석훈씨가 해명한 글의 제목처럼
    자신의 '자존심'과 관련된 일이라 생각한다면,

    그 일이,
    저렇게 육두문자 써가면서,
    본인의 '자존심'과 관련된 일이었다면,

    처음에 자신의 책을 읽고, 혹은 연설들을 듣고 감명을 받았던,
    그리고 의구심을 품었던 그 사람들에게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논란이 되었던 그 글을 삭제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 대한 글을 짧게라도 올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댓글들이 처음 달렸던,
    필통 프로그램 소개에 대한 자신의 원본 글을
    우석훈씨는 한 마디 말도 없이 지워버렸지요.
  • 실망스런 해명 2009/02/04 05:01 # 삭제

    무엇보다,
    우석훈씨의 삼성에 대한 비판도,
    그의 진정성에 대한 것도,
    '이 정도 밖에 안되는구나 ...'
    라는 생각이 드는 가장 큰 이유는

    공개적으로 삼성에 대한 비판을 그 정도 주장한 입장에서
    연세대학교 중앙도서관 시스템이 어때서,
    어쩔 수 없다라는 식의 말을,
    이제껏 자신이 삼성을 비판했던 말들이 떠올라서라도
    어찌 저렇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을까 싶었기 때문입니다.
    저라면, 그렇게 못할 것 같습니다.
  • 흠.. 우박사 2009/01/27 11:48 # 삭제 답글

    게다가 일전에는 자신이 '필통'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밝힌 그 포스팅 자체를 삭제해 버림으로써 그것에 대한 논란을 잠제워 버렸다합니다.

    우석훈 박사는 자칭 '좌파'라고 하던데, 진정성과 논리, 모두가 부족한 그가 스스로를 좌파라 칭하는 일도 앞으로는 삼가고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프레시안이나, 다른 곳에 기고되는 우석훈 박사의 글을 읽고 있으면, 이 사람은 본인이 어떤 어떤 일을 했고(하고있고), 누구 누구와 인맥이 있다는 등의 자기 과시가 엄청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번 일도 어찌보면, 자기 과시가 부른 화의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 ghistory 2009/01/27 18:00 #

    잘 몰라서 질문드립니다만 그의 어떤 논리들이 허술한 것인지요?
  • kratia 2009/02/03 22:43 # 삭제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블로그 하는 일도, 저술도 틈만 나면 기분 나쁘니까 때려치우고 은퇴한다 식의 말을 자주 하는데, 솔직히 나이 사십 먹은 학자의 대응치곤 너무 유치하게 생각됩니다.

    그리고 여지껏 자신의 저서에 대한 반론은 무성한데 그에 반해 성심성의껏 반론한 글도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자신의 독자에 대해 불친절하고 무성의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psyche 2009/01/27 23:23 # 삭제 답글

    잘 읽었습니다. 글 담아갑니다. ^^
  • 우박사님팬 2009/01/28 15:36 # 삭제 답글

    헉. 변희재 글만 보고 참 논리도 이상하면서 악의적인 글이라 했는데, 우박사님이 우파 당사자 운동으로 직접 띄워주시다니 정초부터... 믿어지지가 않네요. 제가 보기엔 변희재는 우박사님의 386세대론 자체도 상당히 악의적으로 (정말 어쩌면 '진중권까기' 라는 목적에 맞게) 틀어 버린 것인데 말이죠... 안타깝네요.
  • 뻘소리한마디만할게요 2009/01/31 19:37 # 삭제

    사람 부를 때 학위에 따라 우박사님, 이박사님, 이렇게 부르는 게 적당한 호칭일까요? 위에 어떤 분이 '택광님'이라고 하신 거야 접미사 씨 대신 님이 득세한 언어 현실을 감안해 인정한다 하더라도 말이지요.
  • 이택광 2009/02/01 00:27 # 삭제

    '박사'는 학위명이긴 하지만, 서양의 경우에 호칭으로도 씁니다. Mr.나 Ms하고 같은 급수죠. 이 문화가 한국에 들어와서 '김박사' 식으로 부르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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