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자질론 세상읽기

진중권 교수와 한윤형의 변희재 비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이들이 좀 있는 것 같다. 하기야 너무도 허술한 변희재의 주장에 무슨 문제가 있는지도 모르는 이들이라면 그에 대한 비판도 무슨 소리인지 모르는 게 당연하겠다. 변희재의 주장은 한 마디로 "20대여 꿈을 크게 가져라"이고 "우리가 그 꿈을 키워주겠다" 뭐 이런 얘기다. 여기에서 진중권 교수는 변희재는 자기 앞가림이나 하라고 충고했고, 한윤형은 변희재의 꿈을 20대가 가질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게 겉으로 보면 변희재를 비판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옛정'을 생각해서 이제 그쯤하고 정신차리라는 조언으로 읽힐 수도 있다. 변희재와 '토론'을 하겠다고 나선 우박사를 말린 걸 두고 '감정'이 섞인 거 아닌가는 훈수들이 있었지만, 진짜 감정이 섞였다고 한다면 그냥 놔뒀으면 될 일이다. 박권일의 개입은 그런 면에서 우박사를 돕는 용기 있는 행동이었다. 이상 눈높이에 맞춘 요약이었다.

진중권도 지적하고 있지만, 자본주의 사회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 변희재가 아무리 "우리는 20대 청년실업을 해결할 묘책이 있다"고 떠들어도 본인들이 자본주의 사회의 승자가 아니라면 공염불일 뿐이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왜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소'이겠는가? 그건 '삼성'이기 때문이다. 변희재가 아무리 '변희재경제연구소'를 만들어봤자 씨알이 먹히지 않는다는 말이다. 누가 변희재 따위에게 컨설팅을 받으려고 하겠는가? 이게 바로 한국 사회를 지배하는 공리계이다. 지금 변희재는 이런 공리계와 야합해서 20대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총대를 메고 있는 거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동키호테식 발상을 실현불가능하다고 진단하고 있는 게 현 상황이다. 이런 공리계를 떠받치고 있는 가설이 바로 20대 자질론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사회는 좌우파를 막론하고 20대를 '무능한 세대'로 낙인 찍어버렸는데, 여기에 대한 반발이 바로 <88만원세대>라고 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88만원세대론은 최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수한 상황'에 대한 분석을 제시했다. 말하자면 과거의 '계급론"만을 가지고 설명할 수 없는 세대간 착취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진 것이 <88만원세대>의 핵심이라고 볼 수 있는 거다.

88만원세대론은 이런 맥락에서 일찌감치 세대론을 만들어내고 활용해온 보수언론들의 담론지형에 개입해서 논의의 주도권을 일시에 바꿔놓는 효과를 발휘했다. 합리적 우파까지도 설득시키자는 이 책의 취지는 그런 면에서 훌륭하게 이루어진 셈이다. 그러나 88만원세대론이 '88만원세대'라는 개념의 유행만큼 독자들에게 적절하게 자신의 문제의식을 전달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까닭은 여러 가지이겠지만, 우파까지 설득하겠다는 그 포부가 우파 세대론의 핵심이라고 할 '자질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약화시켰기 때문에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정작 <88만원세대>라는 책을 진짜 88만원세대들은 잘 읽지 않는다는 박권일의 '지적'은 그런 면에서 새겨 들을 만하다. 어른들은 아랫세대에게 '고유하거나 탁월한 능력'을 내놓을 것을 항상 요구하는데, 이런 기준에서 봤을 때, 20대들은 '자질'이 없다는 편견이 대세인 거다. 20대들과 달리10대들을 공동체에서 제몫을 다하는 고유하고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존재로 이미지화하는 게 지금 한국 사회의 문화현상이기도 하다. 김연아나 박태환은 이를 위해 탄생한 아이콘이다. 이런 상황에서 88만원세대론은 20대들을 무능하다고 질타하는 그 담론의 허구성을 까발리는 주장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여기에 변희재가 반발하고 나서서 '실크세대론'이라는 걸 들고 나온 거다. 88만원세대론을 패배주의로 단정하면서 '우리 20대들'은 무한한 '능력'을 가졌다고 대차게 주장하면서 말이다. 얼핏 들으면 혈기방장한 청년의 자기선언처럼 들리지만, 변희재의 주장은 지금 보수언론들과 그가 그토록 싫어하는 '386세대'가 만들어놓은 프레임에 갇혀 있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20대들은 능력이 없어"라는 주장에 "아니 우리 능력 있거등"이라고 반응하는 건 결국 그 게임의 룰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불리한 게임의 룰을 받아들이면 도대체 누가 이기나? 당연히 강한 자가 이긴다. 따라서 불평등한 게임의 룰을 비판하고 그것을 바꾸어야하는 게 먼저다. 변희재도 여기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 건 아니다. 불리한 게임의 룰을 만든 장본인들을 386세대라고 몰아부치면서 그 대표주자로 진중권을 지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논리 또한 "자질론"의 틀 안에서 뱅뱅 돌고 있는 걸 어쩌겠는가. "능력도 없는 비전문가"라고 진중권과 386세대를 공격하는 걸 보면 그걸 알 수 있다. 그러면 사람들이 이렇게 물을 수밖에 없다. 그럼 너희들이 능력 있다는 걸 증명해봐. 그래서 변희재는 주절주절 자신들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한 증거들을 들이대고 있는 거다. 그러면 이 상황에서 판단은 누가 하나? 능력을 증명해봐라고 요구하는 쪽에서 하게 마련이다. 이게 담론의 헤게모니 투쟁을 지배하는 법칙이다. 변희재가 얼마나 잘못 가고 있는지 이 정도면 대충 짐작이 갈 거다. 진중권 교수나 한윤형의 비판은 변희재를 살릴 마지막 동앗줄이다. 이건 <조선일보>처럼 썩은 동앗줄이 아니다. 그 '탁월한' <조선일보>가 변희재의 논리에 감동해서 지면을 주는 건 아닐 거다. 뭔가 능력을 보여주기를 그들도 바라고 있지 않겠나. 어쨌든 잘 해보기 바란다.

덧글

  • 2009/02/14 00: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이택광 2009/02/14 07:57 #

    하도 찌질군단들이 많이 넘어와서 '가이드'를 해준거랍니다^^
  • leopord 2009/02/15 12:51 # 답글

    변희재는 그저 자기회사 팔아먹으려고 88만원세대론을 활용한다는 인상 밖엔 안 들더군요. 우석훈 말마따나 안된 사람인지도 모르겠어요. 글 잘 읽었습니다.
  • 히라기 2009/02/16 11:46 # 답글

    음.. 뭐 박지성은 20대죠..
  • 들꽃향기 2009/02/16 15:16 # 답글

    잘 읽고 갑니다.^^ 적어도 세대론 운운하려면 이정도의 고찰과 고민이 있어야겠지요. '숙고'라는 말이 부재한 시대입니다.
  • 김대영 2009/02/17 10:32 # 삭제 답글

    변희재 좋겠다. 자주 언급되네요...ㅋㅋㅋ
  • 554 2009/02/20 11:57 # 삭제 답글

    I don't understand.
  • Me 2009/02/20 11:59 # 삭제 답글

    Im so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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