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외인구단>과 <친구> 세상읽기

MBC 주말드라마인 <외인구단>이 저조한 시청률 때문에 조기종영한 가운데, 그 후속으로 <친구>를 방영하는 모양이다. 정국이 그래서 그런지 문화도 갑자기 80년대 분위기로 돌아간 느낌이다. 그 속내에 대해 짐작이 가지 않는 건 아니다. '어려운 시절'을 돌아보면서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결핍을 보상하고자 하는 심리적 기제가 문화형식으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외인구단>의 실패는 여러 가지 이유 때문이겠지만, 그 중에서도 야구와 현실의 연결을 실감 있게 재현하지 못했다는 측면이 강하다. 물론 80년대에나 들어맞는 드라마를 2009년에 되풀이해서 보여주니 시청자들이 외면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긴 하지만, <외인구단>이 반드시 그렇게 80년대의 원작에 충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이 드라마가 보여주려고 했던 '희망'이란 것에서 실체를 발견하기 어려웠다는 사실이다. 어려움을 이기고 희망을 찾아가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야구'를 통해서 풀어보겠다는 발상에서 삐거덕거린 것이다.

결국 <외인구단>은 매니아 드라마일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이들 소수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어떤 '특별한 것'이 필요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외인구단>은 특별한 것을 보여주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외인구단>은 젊은이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꼰대스러운' 시선을 드러내는 드라마였다. 지옥훈련이라도 해서 역경을 이겨내라는 훈계는 기성세대에게나 즐거운 일이지 젊은이에게 아무런 희망을 줄 수 없는, 자족에 빠진 또 다른 풍월에 불과하다. 중요한 건 희망을 주는 게 아니라, 절망적 현실을 똑 바로 인식하는 것이다.

영화를 드라마로 만드는 미국 방식을 모방한 <친구>가 어떻게 물꼬를 틀지 궁금하지만, 원래 조폭드라마에 내재한 '계급성'의 알레고리를 적절하게 대접한다면, <외인구단>의 참패를 무마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남자이야기>라는 훌륭한 전범이 이미 있지만, <친구>는 자본주의라는 정글에서 갈등하는 '우정'과 '이해관계'에 대한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메시지를 더 훌륭하게 담아낼 수 있는 소재라는 생각이 든다.

덧글

  • littlest 2009/06/24 11:44 # 삭제 답글

    차라리 <H2>류의 틴에이지 스포츠 드라마라는 형식으로 승부했다면 야구팬+아다치 미츠루의 청춘물 매니아들의 지지라도 얻을수있었을텐데; 까치와 엄지의 80년대 정서를 기반으로 한 러브스토리가 지금에와서 먹힐리가요.. 과거로의 추억에 잠기게 할 순 있었겠지만 그것이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공식까지 보장해주기엔 무리가 있었던ㅠ

    <친구>는 뜰겁니다 현빈이 주인공이기때문입니다..-_)...; 영화 <친구>가 던지는 메세지나 그 전개방식은 후지다고 생각하지만;; 이슈선점에 있어선 여타의 드라마보다 우위를 점할 것으로 보이니 그 어떤 '정치적인 것'의 회자의 가능성을 기대해볼수도 있을듯요....그런데 드라마를 보셨군요==; 의외..
  • 낙낙낙 2009/06/24 13:06 # 삭제 답글

    이왕 80년대로 갈거면 외인구단 보단 차라리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을 드라마로 만들면 괜찮지 않았을까 하네요.
  • skywhale 2009/06/24 13:28 # 답글

    하긴 일반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내러티브가 빈약하고 야구 드라마라고 하기에는 전문성이 없고. 이도저도 아닌 것이 일반인과 매니아층을 다 잡으려고 하다보니 둘 다 놓친느낌이 듭니다. 저는 친구도 회의적 입니다. 김민준과 현빈이라니. 아일랜드의 조폭 판 같은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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