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뚫고 하이킥> 김병욱 PD 인터뷰 단상

인터뷰 하지 않기로 '유명한'(?) 김병욱 피디가 입을 열었다. 내가 <지붕 뚫고 하이킥>을 최고의 드라마라고 상찬한 까닭을 훌륭하게 뒷받침해주는 인터뷰이다. 이런 진술은 참으로 훌륭하다. "계급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이 멜로라인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자기도 잘 모르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불같은 사랑이 아니라 얇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감정의 모호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붕 뚫고 하이킥>은 인문학이 지금 현재 어떻게('무엇'이 아니라) 사유해야하는지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김병욱 PD 인터뷰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게 코미디보다 즐겁다”

» 김병욱 PD. <씨네21> 오계옥 기자
‘시트콤의 명장’ 김병욱 PD에게 지금 가장 절실한 건 시간이다. 잠자고 밥 먹을 시간에도 대본을 고치느라 바쁜 그에게 여유 시간은 촬영장으로 이동할 때뿐이다. 지난 1월7일, 운전 중인 그와 30분 남짓 전화 인터뷰를 했다. 터널을 지나고 주유소에 들르느라 전화는 세 번이나 끊어졌지만 다행히 교통체증이 모처럼의 인터뷰 시간을 이어줬다.

- 어느덧 <지붕 뚫고 하이킥>(이하 <지붕킥>)이 100회(2월1일)를 앞두고 있다. 소감은?

= 하루하루 일용할 양식을 구하느라 바빠 소감이랄 게 없다. 무사히 연장 방영분(130회)까지 끝내는 게 유일한 바람이다.

- 매 작품 ‘초치기’를 하는 상황이다. 시스템 변화를 줄 수 없나.

= 일일 시트콤은 한 회에 2개의 에피소드를 담아 5일을 방영한다. 이어지는 이야기가 있어도 적어도 한 주에 새로운 소재 7~8개가 필요하다. 또 여러 작가가 공동 창작을 하니까 작품을 균질하게 만들 조정자가 필요하다. 직접 손대지 않은 작품은 콘티를 짜지 못하는 내 성향이 이 조정자 역할까지 자처하면서 시간에 쫓기고 있다. 45회까지는 어느 정도 자신 있었는데, 이후에는 버리는 에피소드가 어쩔 수 없이 발생한다.

- 캐릭터나 에피소드들이 전작과 비슷하다는 지적도 있다.

= 동어반복이 심한 게 내 한계다. 홍상수 감독 영화를 좋아하는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를 보다가 이 사람의 한계를 사랑하기가 힘들어 (관객이) 떨어져나가나 보다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작품은 멜로라인을 강조하며 물갈이를 했다고 생각했는데, 코미디를 기대한 분들에게 탐탁지 않았을 거다. 사실 예전 같은 코미디를 하는 게 내 우울증 탓에 즐겁지 않다. 세경이의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게 <똑바로 살아라> 때의 코미디를 만드는 것보다 즐겁다.

- <지붕킥>에 만족한다는 얘기인가.

= 이전과 달리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계급 갈등에 관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회인이니까 가질 수 있는 생각들을 풀어놓는다. <순풍산부인과> 때부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신애의 ‘장래희망’ 에피소드에 들어있다. 우리 사회는 열린 사회라지만 열린 사회가 아니다. 언니처럼 살고 싶지 않다는 신애가 세경이처럼 될 가능성이 더 크지 않나. 가진 자(이순재)가 없는 자(세경)에게 절약을 강조하는 에피소드도 우리 사회 지도층의 이야기일 수 있다. 내가 희망적이지 않은 세계관을 가져서 그런지 이런 이야기를 만드는 게 <똑바로 살아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보다 더 좋다.

- 사각 멜로라인에 시청자의 관심이 높다.

= 결말과 도킹이 잘될지 모르겠다. 계급에 대한 이야기뿐 아니라 이 멜로라인을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자기도 잘 모르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불같은 사랑이 아니라 얇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감정의 모호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시간에 쫓겨 다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이다.

- 작품을 끝낼 때마다 시트콤을 그만 만들겠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혹시?

= 시트콤의 운명은 뜬 배우를 다시 만나기 어렵다는 점이다. 발굴한 신인이 스타가 돼 떠나고 나면 상실감이 크다. 학기말을 맞는 선생님의 마음처럼 슬프다.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싫지만 그런 상실감과 허무감이 커서 시트콤을 그만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태껏처럼 2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치유돼 작품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원글 출처 <한겨레21> 보기


덧글

  • 루시앨 2010/01/24 01:46 # 답글

    불같은 사랑이 아니라 얇은 이야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감정의 모호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부분, 진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군요. 척박한 환경속에서도 이런 고민을 투사해서 프로를 이끌어 나간다는 그 자체가 어쩌면, 우리 시대의 매우 훌륭한 인문학 작품 중 하나가 아닌가 합니다.
  • 소년교주 2010/01/24 03:17 # 삭제 답글

    개인적으로는 감정의 모호함으로 끝까지 갔으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굳이 커플끼리 엮이지 않아도 그 모호함만으로 충분히 흥미로울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 .. 2010/01/25 03:18 # 삭제 답글

    여기서 말하는 감정의 모호함이란 구체적으로 어떤 것입니까
  • .. 2010/01/26 20:16 # 삭제

    사전적 정의를 넘어서는 감정의 외상적인 측면을 포착해냈다는 겁니다.
  • 버뮤다 2010/01/25 23:14 # 삭제 답글

    <지붕 뚫고 하이킥>은 인문학이 지금 현재 어떻게('무엇'이 아니라) 사유해야하는지를 적절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맙소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개드립으로 천하를 평정할 기세
    이건 뭐 인문학자라기보단 허세이빨까는 중학생 느낌
  • 2010/02/04 18:54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0/02/04 18:55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야야야 2010/03/19 22:45 # 삭제 답글

    '사실 예전 같은 코미디를 하는 게 내 우울증 탓에 즐겁지 않다. 세경이의 슬픈 이야기를 하는 게 <똑바로 살아라> 때의 코미디를 만드는 것보다 즐겁다.' 그쳐.. 그냥 병원다니시면서 치료나 받으세요. 괜히 껍데기만 시트콤이라고 뒤집어씌운 민감한 결말만 내지 말구요.
  • ㅁㄴㅇㄹ 2010/03/29 02:12 # 삭제 답글

    작가들만 불쌍할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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