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얻는 것? 세상읽기

한반도의 정세를 외신을 통해 판단해야한다는 게 안타깝지만, 여하튼 <가디언> 메인에 천안함 관련 기사가 떴다. 이미 초점은 천안함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관계 문제로 옮겨간 것처럼 보인다. 한미합동훈련이 이 지역의 긴장을 어떻게 고조시킬 것인지에 대한 분석을 간략하게 보도하고 있는데, 요약하자면, 별반 이상징후는 없다는 것이다.

US-South Korea joint naval exercise to increase pressure on North

여기에서 주목해야할 것은 다음 구절.

In spite of the rhetoric on all sides, the South is keen to avoid war and there were no conditions attached to the call for an apology. The options available to the South and the US are limited, in part because North Korea is a relatively closed society and partly because many sanctions are already in place.


결국 말하는 것과 바라는 게 다르다는 것이다. 남한은 전쟁을 피하려는 의도가 뚜렷하고, 그래서 북한의 사과와 관련한 조건을 달지 않았다는 말이다. 자못 심각한 수사와 달리, 이명박 정부라고 해서 과거 정부와 다를 게 없는 것이다. 뭔가 한방 날려주기를 바라는 한국의 우파들에게 미안한 노릇이다. 게다가 이미 거의 모든 제재가 가해지고 있는 현실이라서 미국이 취할 수 있는 조치도 거의 없다. 한 마디로 '말잔치'라는 건데, 이걸 통해 얻을 수 있는 현실적 이득이 뭔지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역시 이 기사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것도 '한미연합방위체제'의 재확인이다. 별로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원래 미국은 동북아방위권을 중국에게 일정부분 분담하게 하는 전략을 취해왔는데, 생각해보니 이런 전략과 지금 중국에 대해 가하고 있는 힐러리의 압박이 서로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는다. 어차피 동북아에서 '문제아'는 북한이고, 중국에게 그 북한을 제대로 관리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니, 큰 그림에서 벗어나는 행동은 아니라는 것이다.

"We endorse President Lee's demand that North Korea immediately apologise and punish those responsible for the attack, and, most importantly, stop its belligerent and threatening behaviour. US support for South Korea's defence is unequivocal, and the president has directed his military commanders to co-ordinate closely with their Republic of Korea counterparts to ensure readiness and to deter future aggression."


이 상황에서 한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국 정부는 '우방들의 결정'을 수용할 것이라는 다니엘 핑크스톤의 분석이 그것을 말해준다. 이들의 결정에 한국은 별로 참여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다만 분명한 건 이제 북한은 과거보다 더 악질적인 악당 노릇을 해야한다는 것이고, 그때마다 한국의 정치상황은 지금처럼 요동칠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국제관계의 변화보다도 이 문제가 우리에게 더 심각한 일처럼 보인다. 정치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가는 느낌이라서 말이다. 상황을 이렇게 만들고 있는 주축에 언론도 한몫을 하고 있다는 게 한심하다는 생각이다. 누구보다 냉정해야할 언론이 먼저 나서서 오도방정을 떠는 형국이니, 그냥 밥맛이 떨어진다. 종이신문들은 인터넷 탓할 게 아니다. 자기들도 인터넷보다 하등 나을 게 없으니 말이다. 아마도 중간계급이 만들어낸 시민사회에 대한 공포가 보수언론들을 이 방향으로 줄달음치게 하는 것 같다. 여하튼 한국, 한동안 새로운 빙하기를 경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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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라몰 2010/05/25 09:43 # 삭제 답글

    외교와 군사를 포기해서 얻는게 뭔지 정말 궁금하긴 합니다. 사건이후 정부의 대내적 대외적 공식 발표를 쭈~욱 늘어놓고 보면, 저로썬 정말로 왜 이러는지 알 길이 없네요... 참여하지 않고, 결정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 하는 것일지... 정부의 입장은 정말 모르겠네요...
  • 하늘타리 2010/05/25 10:01 #

    어차피 현 정부가 외교나 군사적 면에서 아무런 비전도, 뭔가를 성취하거나 극복하려는 의지도, 게다가 능력조차 없기 때문에 외교와 군사를 포기해도 전쟁만 안난다면, 그리고 어떤 책임도 질 일만 안생긴다면 정부는 별 느끼는 바도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현 정부는 오로지 그것을 국내 정치 정국에 이용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외신은 그런 국내적 측면에는 관심이 별로 없겠죠.
  • siva 2010/05/25 12:26 # 삭제 답글

    한국이 얻는 것은 없어도 한나라당이 얻는 건 있죠(...)
  • 질문입니다. 2010/05/25 14:53 # 삭제 답글

    결국 지자제 때문이군요... 근데 이택광 선생님께 여쭤보고 싶은게요, 요 얼마전 글에서 이명박 정부가 비합리적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그런데 적이 많다, 라고 하셨는데 어떤 맥락에서 합리적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전 며칠 동안 그게 계속 궁금했습니다....
  • 이택광 2010/05/25 19:12 #

    이명박 정부가 무능하긴 하지만, 실리성을 따진다는 점에서 비합리적인 극우파들과 구분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최근 천안함 사태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한나라당과 우파세력 내에서도 입지가 좁은 이명박 정부는 급박한 정치적 국면에서 자신의 입장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는 것 같군요.
  • 답변감사합니다 2010/05/25 23:40 # 삭제 답글

    예... 말씀하신 맥락이 이해가 될 듯하군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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