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정부의 실패? 세상읽기

이번 남북관계의 긴장국면이 애매모호한 건 사실인데, 일단 정리는 '선거용'+'권력승계용'이라는 식으로 나는 것 같다. 모두 '국내정치용'이라는 측면에서 남북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는 것이 미국의 결론처럼 보인다. 미국이 천안함 침몰 사건을 "김정일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말하는 까닭은 이런 논리를 증명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만일 그렇지 않다면, 문제는 좀 더 심각해진다. 북한 내 강경파가 이 일을 김정일 몰래 주도한 것이라면, 상황이 더 복잡해지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말은 김정일이 북한 내에서 위치가 흔들린다는 뜻이고, 미국 입장으로서 현재의 정세에 기초한 위기관리에 문제가 발생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범답안에 조금 '다른 시각'을 보여주고 있는 언론이 영국의 <가디언>이다. 올리비아 햄턴이 쓴 칼럼은 조지 부시의 '어리석은 전쟁'을 비판했던 오바마가 똑 같은 방식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전하고 있다. 이번 중미 고위급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해 힐러리가 북경에서 얻은 것이 거의 없다는 것도 오바마 정부의 외교력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암시하는 것 같다. 이번에 한국의 강경파를 지렛대 삼아서 미국 정부가 도모한 것은 북한에게 "핵억지력"이 권력승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었다고 볼 수 있는데, 믿었던 중국이 비토를 걸고 나섰다고 할 수 있겠다.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사건이다.

여하튼, 한국 정부는 이런 미국의 전략에 들러리를 열심히 서주고 있는 것 같고, <뉴욕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지금 미국과 한국은 한 시간마다 핫라인을 가동하면서 긴밀하게 대북대응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 말이 사실이라면, 최근 드러난 한국 정부의 강경책이 몇몇 참모진의 입김으로 발생한 것 같지는 않다. 오바마 정부 입장에서도 이번 사건은 중대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유정사고에 대한 미숙한 대처에 이어서 이번에 벌어진 대중외교가 오바마 정부에게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지고 있다. 오바마 정부에게 치명적이 될 수도 있는 이런 상황을 만들어내는 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한몫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자랑스러운 업적'인 것 같다.

크게 본다면, 미국은 지금 한국에게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걸맞는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건데, 이명박 정부가 이걸 훌륭하게 해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오바마는 파트너를 잘못 골랐다. <뉴욕타임즈>는 아무래도 이번에도 북한이 챙길 것 다 챙길 것 같다는 보도를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엘 위트의 지적처럼, 미국과 한국은 상황을 이렇게 만들어버림으로써 또 다시 북한에게 주도권을 넘겨준 꼴이 되어버렸다. "핵억지력"으로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국가들을 고립시키려고 했던 오바마의 전략이 이번 북한의 천안함 타격으로 무산되었다는 것이 <뉴욕타임즈>기사의 요지라는 사실에 주목해야한다. 지금 설레발을 치고 있는 한국의 우파들에게 애석한 일이지만, 이번에도 북한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할 것처럼 보인다.

이번에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지만, 한국의 우파들은 보기보다 훨씬 현실판단이 되지 않는 것 같다. 우파의 입을 자처하는 언론들이 저 모양이니 어쩔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선거를 위해서 반북이데올로기를 동원하는 게 고작 이들이 생각하는 '정치'이다. 이러고도 한나라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참으로 가관일 것이다. 만일 그렇게 된다면, "오, 필승 코리아!" 노래나 부르며 조용히 사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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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 2010/05/26 11:39 # 삭제 답글

    어찌보면 알맹이들은 없고 못난이들이 쇳소리만 내고 있는게 한국정치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 김복현 2010/05/26 11:53 # 삭제 답글

    그게 이 좁은 땅덩어리를 지배하는 전략이죠. 밖에서 보면 한심하지만 이게 내부적으로는 잘 먹힙니다.
    그러다 조선처럼 한 방에 딴 넘에게 먹히죠.
  • 실망 2010/05/26 11:54 # 삭제 답글

    맙소사. 잘 모르면 쓰질 말지...
  • 실망 2010/05/26 12:01 # 삭제 답글

    어느분의 "현실은 외면한 채 관념의 늪에서 유희할만한 여유"란 문구가 콱 와닿네요.
  • 쿠르세 2010/05/26 12:16 # 삭제 답글

    요즘엔 선생님이 제일 믿을만한 언론인듯요...ㅋㅋㅋ
  • jk 2010/05/26 12:19 # 삭제 답글

    오 필승 코리아! 노래나 부르며 조용히 사시겠다구요?
    좀비랑 뱀파이어 목은 언제 짜르실려구요?
  • ㅎㅎ 2010/05/26 12:50 # 삭제

    그러지 말고 좀 거들어주세요
  • Lucid 2010/05/26 16:37 # 답글

    제가 과문해서 그럴지 모르겠는데

    In that regard, it poses a challenge to the Obama administration, just as Mr. Obama is staking much of his legacy on convincing countries that nuclear weapons constrain their options, rather than making them more powerful.

    이 부분은

    "핵억지력"으로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국가들을 고립시키려고 했던 오바마의 전략

    이라기보다는

    핵무기의 보유가 그들(including 북한)의 힘을 강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선택지를 제약하고 있음을 납득시키려는 오바마의 전략

    이 아닌가 싶습니다. 겉으로는 비슷하게 나타날지 몰라도 고립(?)시키는 것과 납득시키는 것은 의미가 퍽 다르겠죠.
  • dd 2010/05/26 18:30 # 삭제

    이택광씨가 인용하는 외국 언론은 원문을 반드시 읽어보거나 아예 쌩까야 하죠. 워낙 의도적으로 비틀어서 왜곡, 자신의 입맛에 맞게 뉘앙스를 바꾼다든지 하니까요. 조선일보 저리가라 입니다. 가디언지의 경제 기사도 제목을 바꿔서 인용하거나 무슨 한국 때문에 세계 경제 망한다, 식으로 뉘앙스를 바꾸는가 하면..

    문제는 합조단 발표가 문제가 많다는 식으로 음모론을 개진하시더니 이제는 물타기를 한다는 것. 사실 음모론자들은 자신의 주장은 음모론이 아니고 합리적인 의혹제기라고 말하죠.. ㅎ

    왜 이렇게 스스로 후달리면서까지 집착하는지 안타깝기까지 하네요. 그냥 잘 모르는 주제로 억지부리기 보다는 자신이 잘 아는 주제로 글을 쓰셨으면 합니다. 어느 정도로 스스로 후달려 하면서까지 억지부리는지 이 글이 정확히 반영하고 있네요.

    안쓰러울 정도입니다..
  • Q 2010/05/26 19:34 # 삭제

    님이 하신 거는 번역, 이택광이 한 건 해석같네요. convincing은 납득시키다인데, 미국이 어떻게 북한을 납득시킬까요?
  • Q 2010/05/26 19:35 # 삭제

    dd/혹시 전하현씨 아세요??
  • 이택광 2010/05/26 22:56 #

    Lucid/ Mr. Obama is staking much of his legacy 에서 legacy에 주목을 하시면 내가 왜 이걸 '고립전략'이라고 이해했는지 아실 것 같네요. 그리고 외신이라고 너무 신뢰하시는 것도 문제입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 같은 편향성 있는 잡지는 좀....
  • 파르메니데스 2010/05/27 04:30 #

    원문은 그냥 오바마의 전략이 기존의 미국이 핵확산을 억지하기 위해 핵을 보유하려는 나라들을 상대하던 미국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택광님의 말씀대로 Legacy에 집중하게 된다면 legacy는 유산이라는 뜻이니까 His legacy를 오바마의 전략이라고 단순히 번역하기는 힘들지 않을까요. 그보다는 굳이 legacy라는 말을 쓴 건 오바마의 전략이라는 것도 지금까지 핵개발을 시도하는 국가들을 대하는 미국의 전략과 다를바가 없다는 의미도 있을 수 있구요.

    "핵무기의 보유가 그들의 힘을 강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선택지를 제약하고 있음을 납득시키는 문제에 있어서(his legacy on convincing... 에서 on에 주의한다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통적인 미국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테고...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전통적인 방식이 '핵억지력'으로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국가들을 고립시키는 것이었다는 게 역사적으로 참인 사실이라면... (그 여부를 저는 모릅니다. 저는 그냥 번역만 다루는 거니까요)

    이 해석도 무리는 없어보이는데요.

    물론 저는 최대한 이택광님에게 호의적인 방식으로 번역을 해보려 했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기사 전문도 귀찮아서 안 읽어봤구요.-_-;; 기사 전문을 읽어봐야 이런 설명이 가능할지 여부가 확실해지겠지만...;;;;
  • dd 2010/05/30 08:51 # 삭제

    Q/

    모르는데요. 왜 그러시죠?
  • Q 2010/05/30 11:45 # 삭제

    dd/아뇨 제가 잘못알았네요.
  • 안디슨 2010/05/26 23:24 # 답글

    오바마 불쌍하다 이명박이 파트너라니.... 차라리 노무현이었으면 대북견제가 더 쉬웠을텐데
  • fdddddddd 2010/05/27 23:46 # 삭제 답글

    "핵무기의 보유가 그들의 힘을 강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선택지를 제약하고 있음을 납득시키는 문제에 있어서(his legacy on convincing... 에서 on에 주의한다면 이렇게 해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전통적인 미국의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 정도로 번역할 수 있을테고...
    핵무기를 보유하려는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전통적인 방식이 '핵억지력'으로 미국과 협상을 벌이는 국가들을 고립시키는 것이었다는 게 역사적으로 참인 사실이라면... (그 여부를 저는 모릅니다. 저는원문은 그냥 오바마의 전략이 기존의 미국이 핵확산을 억지하기 위해 핵을 보유하려는 나라들을 상대하던 미국의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는 뉘앙스를 갖고 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냥 번역만 다루는 거니까
  • 인형사 2010/06/01 21:10 # 답글

    북치고 장구치고 이미 원하는 것은 다 이루었다는 분석도 있더군요. 저는 이게 더 그럴싸 하던데.

    http://blog.hani.co.kr/sdhan/25977

    일본은 미국과 거리두기를 공약한 하토야마가 지지층을 배반할 핑계를 얻었고, 한국은 앞으로 미국주도의 북한고립정책에 참여하는 데 있어 국내 반발을 무력화시킬 수 있고. 미국은 덤으로 중국을 압박할 구실을 하나 더 얻은 거죠.

    북한이 대화와 타협에 뜻이 없다고 보시는 것 같은데 그건 미국도 마찬가지인 것 아닌가요?
    저는 강병태씨의 다음 판단에 동의 하는데요.

    http://news.hankooki.com/lpage/opinion/200610/h2006102318540024400.htm


    미국의 목표는 북한의 생존에 필요한 모든 자원을 차단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핵무기 생산을 막고 핵 포기를 압박하는 수준을 넘어 생존 자체를 어렵게 만들 의도라는 얘기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원래 북한의 행동과 관계없이 대화와 타협에는 뜻이 없다. 그렇다고 체제 붕괴를 노리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를 통해 전략적 완충방벽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 중국을 어렵게 하고, 한국을 동맹관계의 틀에 묶어두는 효과를 노린다는 지적이다.


    강병태씨의 판단이 맞다면 핵은 북한에게 억제력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고립정책을 정당화하는 핑계로만 존재하는 애물단지이지요. 그렇다고 핵을 포기한다고 해서 보상을 얻을 수도 없으니 포기할 이유도 없지요. 다만 충분히 말썽을 부리면 미국이 마음을 바꿔 그 핵을 사주지 않을까 하는 것이 북한이 노릴 수 있는 유일한 수겠지요. 그러나 그것은 또 다시 북한을 고립시키려는 미국의 정략에 말려들어가는 것이고. 북한이 그걸 뻔히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악순환의 함정에서 벋어날 도리가 없게 되어 있지요.

    물론 이런 이야기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핵비확산을 정책목표로서 포기했다고 해야만 합니다. 북한에 대한 고립정책을 유지하기 위해 핵확산이란 비용을 감수한다는 뜻이 되니까요.

    그런데 미국의 대북한 정책의 틀을 짠 네오콘들은 냉전기부터 제한핵전쟁의 주창자들이었죠. 그리고 테러를 옹호하고 대량살상무기를 추구하는 악의 축 국가에 대한 선제공격을 선언한 부시 독트린은 실은 액면의 의미와는 반대로 핵비확산 정책을 포기하는 선언이지요. 테러와 대량살상무기를 막기 위한 전쟁은 실은 테러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을 가져오고 그런 확산은 전쟁에 새로운 핑계를 제공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완성하는 것이 네오콘이 원하는 것이 아닐까요?

    오바마 집권이후 이런 정책이 변화하지 않을까 기다려 봤는데 결국 오바마는 네오콘이 짜놓고 간 틀을 계승하는 것 같습니다.

    오바마는 에이허브는 아니지만 스타벅은 되는 것 같습니다.에이허브는 에이허브 자신만을 죽였을 뿐이지만, 나머지 선원들을 죽인 것은 에이허브에 줄곧 반대해온 합리적이고 경건한 퀘이커 교도인 스타벅이었죠. 복수를 위해 백경을 쫓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불경수러운 짓이지만, 이미 눈 앞에 있는 고래를 놓아준다는 것도 역시 비합리적이라는 스타벅의 말에 피쿼드의 선원들은 에이허브가 죽은 다음에도 백경에 덤벼들다 죽음을 당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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