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적 인식에 빠진 한국 인문학 세상읽기

외국에서 개최되는 인문학 관련 국제학술대회에 참여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이 있다. 활자로만 접하던 학자들의 육성을 생생하게 듣는다거나, 한국에서 논의하기 힘든 난해한 이론적 주제들을 놓고 동시대의 학자들과 정교한 논쟁들을 주고받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더 경이로운 것은 자비를 들여서라도 머나먼 여정을 마다하지 않고 모여들어서 이 세상 누구도 들어줄 것 같지 않은 철학적 문제들을 놓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들이라고 하겠다.

도대체 이런 성실함의 근원이 무엇인지 한동안 궁금했는데, 최근에야 나는 그게 인문학을 업으로 삼은 이들의 외로움 때문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인문학의 위기는 이제 한국에서만 유행하는 질병이 아니다. 일부 영국의 대학들이 재정상의 이유로 철학과나 인문학 과정을 과감하게 폐지한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인문학은 국가나 대학의 경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시장성이 없는 것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학술대회는 공부를 보편화하는 학문행위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공부한 것을 동료학자들과 나누는 한편, '홀로 공부'가 가져올 '주화입마(走火入魔)'를 경계하기 위해서 이보다 더 좋은 수단은 없다고 하겠다. 이런 맥락에서 공부는 혼자 할 수 있겠지만 학문은 혼자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개별적인 공부에서 얻을 수 없는 진지한 연대감을 학술대회에서 경험한다는 것은 확실히 학문하기가 제공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한국보다 국제적인 학문 수준이 월등하다거나, 외국대학의 학자들이 훨씬 뛰어나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한국의 인문학이 민족국가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이론 수입국의 운명에 처해있긴 하지만, 국제적인 수준에 끼일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문제는 앞서 말했지만, 학문은 개별적인 공부와 일정하게 구분해야 하는 일종의 체계이다. 한국의 인문학이 국제적인 학문공동체에 참여하기 위해 부족한 게 바로 이런 인식이다.

아직까지도 유학을 가서 '첨단의 이론'을 배워야 한다는 습관적 인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한, 한국의 인문학이 국제적인 학문의 지위를 획득하는 것은 요원한 일일 것이다. 우리가 첨단이라고 생각하는 우리의 바깥에 더 이상 새로운 것은 없다. 새로운 것은 '삶 자체'라고 부를 수 있는 내재성에 있는 것이지, 어떤 지리학적 공간성에 있는 것이 아니다. 물론 지리적 공간성이 삶을 규정하는 것은 필연적인 것이지만, 새로운 것은 필연성의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아무런 반성 없이 '동양학'을 우리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유학이나 불교가 우리 고유의 인문학인지 자문해야 한다. 인문학은 습관적 인식을 거부하고 삶의 터전에 새겨진 의미들을 발견할 때 비로소 특이성을 갖는다. 이른바 국제학술대회라는 것이 이렇게 찾아낸 특이성들을 서로 나누고 확인하는 자리라고 했을 때, 한국의 학자에게 시급한 것은 이런 학문의 극장에 내놓을 자신의 문제의식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우리의 경험에서 출발하는 사유의 이론화이다.

영문학과를 졸업해서 이론적 작업을 하고 있는 나에게 왜 영문학연구를 하지 않고 이론연구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종종 날아들곤 한다. 사실 나에게 이보다 더 엉뚱한 질문은 없다. 이런 질문은 문학텍스트라는 구체적인 연구를 하지 않고 이론이라는 공허한 연구를 하는 것에 대한 마뜩잖은 시선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문학텍스트 그것도 영문학텍스트가 한국이라는 터전에서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 구체적일 수 있다는 명제는 과연 정당할까? 오히려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들에게 내가 거꾸로 "왜 한국에서 태어나서 영문학연구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져야 하는 것 아닌가? 바로 이 '왜'라는 사유가 시작하는 지점이야말로 학문의 싹이 움트는 장소라는 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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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신문>에 게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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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2010/07/18 09: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Q 2010/07/18 12:45 # 삭제 답글

    공부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이 바로 여기에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유겠죠.
  • 랄프386 2010/07/18 13:10 # 삭제 답글

    80년대 대핫을 입학하면서 전국 대학교 철학과 정원이 몇명인가 세본적이 있습니다.

    당시에 입시 자료에 보면 상세하게 나와 있었고 대학수가 적었기 때문에 멸로 어렵지 않았죠.

    60만명가까운 문과 수험생 기준으로 500명이 안되더군요.

    이렇게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한해에 5000만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500명정도의 철학도는

    충분히 수용가능한거 아닌가... 라는... 그런데 철학으로 밥벌어 먹고 사는(중고딩선생빼고) 사는

    사람은 과연 몇명이나 될지... 사회생활하면서 20년동안 같은 전공을 한 사람을 두어번 만난것 같습니다.. ^^
  • 이택광 2010/07/18 17:29 #

    철학과가 이렇게 인기 없는 건 확실히 거시기하죠. 사실 한때 영국대학의 철학과에서 석사과정을 밟을 때, 뭇 학생들의 부러움을 사던 생소한 경험도 있죠. 철학과 나오면 취직이 잘된다고(헉!)....하지만 이제 영국에서 이것도 옛말인 것 같습니다.
  • >ㅅㅇ)b 2010/07/18 14:04 # 삭제 답글

    >ㅅㅇ)b!!!!!!!!!
  • 익명을 원하는 자 2010/07/19 08:07 # 삭제 답글

    이곳에 제 블로그와 링크가 걸려있던 덧글은 저의 요청으로 삭제되었습니다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남깁니다
  • Q 2010/07/19 23:22 # 삭제

    불필요한 오해가 아니라 필요한 토론의 씨앗이지.
    나는 철학자들이 그들이 철학을 공부하면서 축적한 철학적 틀을 가지고 대한민국의 현실을 해석해주는 작업을 많이 해줬으면 한다. 그건 철학을 팔아먹는 행위가 아니라 철학을 생생하게 하는 행위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필수적으로 필요한 문제를 인식하는 부분에 있어서 철학은, 내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가장 다양한 차원에서 조망하게 해준다. 더군다나 훈련받은 철학자는 문제 해결 능력이 좋지.
    나는 상대출신인데도, 사실 일반적인 회사의 기획 분야에서조차도 4년동안 상대 커리큘럼 밞은 상대 출신보다 상대 수업 몇개 들은 철학과 출신이 더 낫다고 생각하거든...... 그니까 제발 좀 상아탑에 기어들어갈 생각하지 말고 니가 배운 걸 좀 활용할 생각해라.
  • 익명을 원하는 자 2010/07/20 04:26 # 삭제

    위와 같은 찐따시끼를 위해 다시 글을 남깁니다

    이곳에 제 블로그와 링크가 걸려있던 덧글은 저의 요청으로 삭제되었습니다
    (혹시 덧글 삭제했다고 생각하는)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것 같아 남깁니다

    그리고 덧붙여 위의 찐따시끼에게 남깁니다
    글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둘 중에 하나만 하면 된다
    1) 정중하게 물어보거나, 2) 닥치고 꺼지거나

  • Q 2010/07/21 09:21 # 삭제

    ㅋㅋ 너도 여기 날마다 들어오나벼?? ㅋㅋ 이택광 교수를 향한 애증의 관계네 ㅋㅋ
    근데 내가 보기엔 넌 정말 병신스럽다. 왜냐면 철학한다고 어깨의 힘 준 놈의 학문의 모토가 "오늘도 무사히"이니까.ㅋㅋ "철학의 활용"에 대한 제대로 된 논박은 못하고 욕만 하네?? ㅋㅋ 니 잘난 교수들은 가르치는 게 욕질인가벼?? 원래 사람의 그릇이라는 게 물을 조금만 부어보면 알 수 있지. 너는 진짜 교육대학원이나 가서 호구지책이나 궁리해라. 이미 대성하긴 글렀으니까. 니네 부모님한테 민폐끼치지 말고.
  • Q 2010/07/21 09:32 # 삭제

    아 글구 니 말을 내가 이해 못한게 아니라,

    "니가 블로그와 링크를 삭제한" 행위가 너무 찌질해서 그런거야. 왜 니 아는 사람들한테 이택광 욕할 때는 신나서 하던데, 모르는 사람이 와서 니 욕 하니까 기분 나쁘냐?? 완전 니 블로그 가서 보니까 "시일야 방성대곡"을 적어놨던데 ㅋㅋ

    불필요한 오해가 있을 것 같아서 남긴다고?? ㅋㅋ 왜 그러면 비참한 너의 찌질함이 좀 더 멋있어보일거 같냐??
    니 블로그에서는 이상하게 욕하고, 남 블로그에서는 젊잖은 척... 그렇게 너의 양심을 속이면 니가 덜 병신스럽게 느껴지냐??

    머리도 나쁘고, 용기도 없고, 하는 거라고는 병신들끼리 모여서 뒷담화나까고..... 그러니까 철학과 나오면 철학원차린다는 말이나 듣지. ㅋ 내가 너의 그 귀여운 "가증스러움"이 병신스럽게 느껴져서 파라피지컬하게 니 표현을 패러디했다. ㅋㅋ 할 줄 아는 게 말꼬리 잡는 거 밖에 못하는 훈고학자 시키 같으니라고..
  • 익명을 원하는 자 2010/07/22 01:55 # 삭제

    오호.. 네가 진정 말로만 듣던 그 대인배구나.
    어째 저 짧은 글도 이해를 못하니.. 그런데 말했잖아
    글이 이해가 되지 않으면 이렇게 질질 똥 싸지르는게 아니라 정중히 묻거나, 닥치고 꺼지는 거야
    하긴 이해를 했는지 못 했는지를 안다면 이미 수준급이지.

    이택광 선생님과는 며칠 전에 만나 얘기했어.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문제가 있으면 직접 만나서 대화해.
    직접 얘기를 나누어보니(이택광 선생님 좋은 분이시더라) 나와 생각이 크게 다르시지 않더라. 뭐가 문제인지도 정확히 알고 계시고. 다만 지향점에 도달하는 방법론의 차이랄까?

    이렇게 똥 싸지르는 시간에, 책이라도 한 줄 더 읽어
    이해할 수 있게 쉬운 것부터. 가령 어린이 명작 동화 같은거
    읽고 똑똑해져서 대학 꼭 가라는 소리가 아니라,
    네가 글을 읽고 이해할 줄 알게 되면 (혹시.. 지금도 할 줄 안다 생각하는 게냐?)
    네가 사는 세상이 좀 더 풍요로워질거야

  • Q 2010/07/22 22:00 # 삭제

    ㅋㅋ 아이구 배야. ㅋㅋ

    왜, 철학과에서 이택광처럼 불어 섞어가면서 글쓰면 매장당한다면서?? 니가 이택광 한번 만나니까, 그 "철학과 스타일"이 180도 바뀌었냐?? ㅋㅋ 이것도 니네 꽈 특성이냐?? 줏대없는 거??

    임마 니가 나 욕하기 전에, 한번만 얼굴 보면 풀릴 오해를 욕질한 너의 성급함을 졸라 부끄러워해야하는 거 아니냐? 머리가 나쁘면 부끄러움이라도 알아야 하는데... 너 그러다 한나라당 의원된다. 하기사 재능이 없음 그렇게정치적으로 놀아야 호구지책을 마련하지.

    "이택광 선생님과는 며칠 전에 만나 얘기했어.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어른들은 문제가 있으면 직접 만나서 대화해.
    직접 얘기를 나누어보니(이택광 선생님 좋은 분이시더라) 나와 생각이 크게 다르시지 않더라. 뭐가 문제인지도 정확히 알고 계시고. 다만 지향점에 도달하는 방법론의 차이랄까?"

    이건 니가 쓴 글인데 이 글안에는 아무런 내용이 없어. 너랑 이택광의 생각이 어떻게 같은지, 너랑 이택광의 방법론이 어떻게 다른지가 안드러나있잖아. 철학과의 글은 형식이 허술해도 내용이 새롭고 신선하고 꽉차있어야 하는데, 이런 걸 보고 속빈 강정이지. 니가 훈고학을 하고 있다는 증거다. 불행히도 너는 이런 멍청한 상태로 "소위 이른 바 말하는" 어른이 되었기 때문에 가망이 없다. 불쌍한 니네 부모님 고생시키지 말고 빨리 공무원 시험이나 준비해라.


  • 00읽기를 기다리며 2010/07/19 14:53 # 삭제 답글

    '왜'라는 의문과 동기는 참으로 사유와 학문의 기초인것 같습니다. 학계의 구조를 들여다 볼 때 의외로 이 문제의식의 항이 성글거나 심지어 비어있는 경우를 보고 황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불씨는 작은데 땔감만 기계적으로 집어넣어 가까스로 연기가 자욱하게 타고있는것은 아닐까하는...택광님의 문제의식에 동감합니다. 동기부여가 되지 않은 채 구조적으로 타는 불에 온기와 활력이 적은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봅니다.
  • 이택광 2010/07/19 15:09 #

    한국에서 왜라고 질문하면 맞죠^^ 대학원 시스템이 오직 지도교수라는 정언명령을 수행하기 위한 체제로 돌아가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찍히면 학위도 못 받는다...이거 웃기죠. 한국은 '찍히지 말자'는 주의가 팽배한 나라입니다. 튀는 척하지만 사실은 "주류"에게 찍히지 않는 쪽으로 감각기관이 발달해 있어요. 낸시랭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죠. 이런 나라에서 '창조성'을 기대하기는 요원한 일입니다.
  • dma.. 2010/07/19 21:05 # 삭제

    광님// "튀는 척하지만~" 낸시랭에 대한 평가중 가장 와닿는 군요. 근데, 한국에 대한 현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문구가 아닌가 해서 씁쓸하기도 하고..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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