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차명진 의원이 참여연대에서 주최하는 최저생계비 하루체험행사에 참가한 뒤에 올린 ‘수기’ 때문에 구설수에 올랐다. 하루 동안 최저생계비에서 세 끼 식사에 해당하는 6300원으로 생활을 해보는 체험행사였는데, 자신의 ‘성공담’을 올리면서 “황제의 식사”라는 표현을 썼던 것이 화근이었다. 선의로 올린 글인데 오해를 받아서 억울하다고 차의원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차의원의 표현은 친서민 정책을 표방하면서도 정작 서민의 마음을 읽어내지 못하는 한나라당의 곤혹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예사롭게 느껴지지 않는다.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실수가 일어난 것일까? 차의원의 글은 별 생각 없이 자유롭게 쓴 것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치밀한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가 있다. 그가 올린 글의 요지는 최저생계비에서 지정하는 세 끼 식사비 6300원으로도 계획만 잘 잡으면 알뜰하게 하루를 지낼 수가 있고, 마음먹기에 따라서 풍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가능한 이유는 체험담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결론’에 숨어 있다. 차의원은 식비로 ‘기부’도 하고 ‘문화생활’도 했다고 자랑하면서 “최저생계비만 올리는 것으론 답이 안 나올 것 같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 차의원이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최저생계비처럼 직접적인 자금을 지원하기보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시장주의적 경쟁원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 복지정책을 실시하자는 말이다.
차의원의 보고서는 이 결론을 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차의원은 이미 내려져 있던 결론을 ‘증명’하기 위해 행사에 참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혐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까닭은 차의원의 주장이 고스란히 복지국가모델에 대한 대처리즘의 수사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신보수주의자들이 복지국가라는 전후 유럽의 이상주의를 공격하기 위해 썼던 그 논리가 오롯이 차의원의 글에 담겨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다. 사실 나에게 더 문제적으로 보이는 것은 ‘황제의 식사’ 운운한 표현보다도 이런 논리이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이론을 발굴하기보다 외국의 이론에 현실을 끼워 맞추려는 경향일 것이다. 차의원의 보고서도 비슷한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신보수주의자들이 복지국가모델을 비판하기 위해 유포시켰던 ‘미신’ 중 하나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게을러져서 종국에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이런 주장에 대한 반박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부자의 기부 같은 일시적 미봉책보다도 가난을 근본적으로 폐지하는 사회구조의 개선이 있어야한다는 것이 당시 오스카 와일드 같은 근대 작가들이 주장했던 핵심적 내용이다.
복지에 대한 복안을 표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차의원의 주장은 신보수주의자들이 사회보장이라는 종래의 개념을 철폐하고, 시장제일주의에 내장해 있는 ‘정글의 법칙’을 인준하는 대신 내세운 ‘사회 안전망’이라는 개념을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을 뿐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그 정책의 효율성마저 의심 받기 시작한 낡은 대안을 무슨 대단한 체험담인 양 들려주는 그 태도가 너무 안이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은 대처리즘이나 신보수주의자들이 공격했던 그 복지국가조차 가져본 경험이 없지 않은가. 현실에 대한 면밀한 천착 없이 철지난 외국의 생각을 가져와서 진리처럼 신봉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평소에 표방하는 실용주의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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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게재되었음.
도대체 왜 이런 어처구니없는 말실수가 일어난 것일까? 차의원의 글은 별 생각 없이 자유롭게 쓴 것 같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치밀한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챌 수가 있다. 그가 올린 글의 요지는 최저생계비에서 지정하는 세 끼 식사비 6300원으로도 계획만 잘 잡으면 알뜰하게 하루를 지낼 수가 있고, 마음먹기에 따라서 풍족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가 가능한 이유는 체험담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결론’에 숨어 있다. 차의원은 식비로 ‘기부’도 하고 ‘문화생활’도 했다고 자랑하면서 “최저생계비만 올리는 것으론 답이 안 나올 것 같다”는 말로 글을 맺는다. 차의원이 주장하고 싶었던 것은 최저생계비처럼 직접적인 자금을 지원하기보다 사회안전망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시장주의적 경쟁원칙을 깨지 않는 선에서 복지정책을 실시하자는 말이다.
차의원의 보고서는 이 결론을 말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어쩌면 차의원은 이미 내려져 있던 결론을 ‘증명’하기 위해 행사에 참가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혐의를 가질 수밖에 없는 까닭은 차의원의 주장이 고스란히 복지국가모델에 대한 대처리즘의 수사를 닮아 있기 때문이다. 신보수주의자들이 복지국가라는 전후 유럽의 이상주의를 공격하기 위해 썼던 그 논리가 오롯이 차의원의 글에 담겨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흥미롭다. 사실 나에게 더 문제적으로 보이는 것은 ‘황제의 식사’ 운운한 표현보다도 이런 논리이다.
좌우파를 막론하고 한국 사회의 문제점은 좀 배웠다는 사람들이 현실에서 이론을 발굴하기보다 외국의 이론에 현실을 끼워 맞추려는 경향일 것이다. 차의원의 보고서도 비슷한 문제를 노출시키고 있다. 신보수주의자들이 복지국가모델을 비판하기 위해 유포시켰던 ‘미신’ 중 하나가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면 게을러져서 종국에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본다면 이런 주장에 대한 반박은 19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부자의 기부 같은 일시적 미봉책보다도 가난을 근본적으로 폐지하는 사회구조의 개선이 있어야한다는 것이 당시 오스카 와일드 같은 근대 작가들이 주장했던 핵심적 내용이다.
복지에 대한 복안을 표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차의원의 주장은 신보수주의자들이 사회보장이라는 종래의 개념을 철폐하고, 시장제일주의에 내장해 있는 ‘정글의 법칙’을 인준하는 대신 내세운 ‘사회 안전망’이라는 개념을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을 뿐이다.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그 정책의 효율성마저 의심 받기 시작한 낡은 대안을 무슨 대단한 체험담인 양 들려주는 그 태도가 너무 안이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게다가 한국은 대처리즘이나 신보수주의자들이 공격했던 그 복지국가조차 가져본 경험이 없지 않은가. 현실에 대한 면밀한 천착 없이 철지난 외국의 생각을 가져와서 진리처럼 신봉하는 것은 한나라당이 평소에 표방하는 실용주의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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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게재되었음.



덧글
chatmate 2010/08/07 00:11 # 답글
기대했던 좋은 글입니다.
ㅇㅇ 2010/08/07 01:04 # 삭제 답글
표현만 좀 다를 뿐, 차의원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실업문제나, 저소득층문제나...
랄프386 2010/08/07 09:30 # 삭제 답글
언어의 수준 참.자신의 의도하는 바에 대한 정교한 수사를 구사하는 능력이
한나라당 어린이들에게는 왜 그리 부족한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머리는 좋으나 책을 많이 안읽은탓인듯.
가끔 100토같은데서 논리적 모순으로 그득한 궤변을 듣다보면 그 주장의 가치나 참거짓은 차지하고라도
견딜수 없는 답답함에 채널을 돌려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허긴 뭐 뇌에 주름이 있다면 한나라당에 의탁하지는 않을테니..
(그래도 나경원같은 애 빼고 젊은애들 몇몇은 그나마 논리적이긴 하더구만요)
백범 2010/08/09 09:55 #
그러니까 젊은이들을 사로잡는 호감도나 매력이 타 정당에 비교해서 상당히 떨어지는 거겠지요.겨우 기득권층과 지역유지들의 표심에만 의존하는 정당이니... 아마도 탄탄한 조직력과 정보력 아니었으면 한나라당은 벌써 붕괴했을 겁니다. 탄탄한 조직력과 정보력 때문에 겨우 겨우 목숨을 연명하는 것이지...
아야야 2010/08/07 12:05 # 답글
http://www.viewsnnews.com/article/view.jsp?seq=66059이재오 의원은 대기업 시험 바로 못치게 하고 싶다네요
한나라당 의원들은 전부 개그맨인지... 제정신인지 -_-
치치 2010/08/08 14:26 # 삭제
우와진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재오 병신 아닙니까 정말?ㅋㅋ
기가막히는군요.
ㅋㅋㅋㅋ 2010/08/07 15:59 # 삭제 답글
이택광 관신법 쓰시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0/08/07 20:58 # 삭제
관신법 → 관심법
ㅋㅋㅋㅋ 2010/08/07 21:01 # 삭제
오타난거임.
안테바신(똠방) 2010/08/08 03:41 # 삭제 답글
읽으면서 무릎을 탁 치게 됩니다. 차의원의 체험기 원문을 읽을 생각을 하지 못했기에, 보도에 나오는 "황제의 식사"란 표현에만 발끈했었는데 말입니다.
흰여우 2010/08/08 22:28 # 삭제 답글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으로써, 또한, 최저 생계비 조차 없어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친구를 옆에 둔 한 인간으로써 참... 씁쓸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 최의원의 발언이었습니다.꽤 오래 전이라 'ㅄ'이란 외마디 외침으로 넘어간 일이었는데 이곳에서 다시 접하니 또 한 번 씁쓸하네요.
저 오랜만에 여기서 한 마디 해야겠습니다.
"야이 개XX야"라고.
주어가 없으니 불특정 다수를 언급했다고 하겠습니다.
산다는 건 제가 생각하는 무엇인가가 아니라 제가 생각지도 못한 혹은, 제가 생각할 수도 없었던 무엇인가에 대한 부딪힘인 듯 합니다...
단순히 모나라당의, 그와 비슷한 감수성과 인식을 가진 자들의 얘기가 아니라 복지라는 개념조차 미성숙한 사회에 대한 외침인지도 모릅니다.
아... 저 내일 면접보러 갑니다.
또 한 번 제가 아니라고 믿고 싶은 저 자신을 경험해야 할 순간이 다가오는군요...
류현 2010/08/09 13:44 # 답글
이 정부가 진짜 '경제'와는 거리가 멀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지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신고전학파 경제학의 근간을 이루는 Arrow와 Debreu의 일반균형모형에서도 사회적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복지정책으로는 현금이전만이 그 가능성이 될 수 있다고 얘기하니 말입니다.이번 권장소비자가격 표시 금지 제도도 그렇거니와, 도무지 '실용'이나 '경제', 또는 '시장'과는 엄청나게 동떨어져 있는 전체주의 정부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