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은 소크라테스가 지혜롭다고 자처하던 사람들의 무지를 폭로하는 모습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들은 소크라테스를 흉내 내려 안달이 났고, 아예 지혜롭다고 착각하여 떠벌리는 이들을 직접 논박하러 나섰다. 이렇듯 소크라테스를 모방한 젊은이들이 거둬들인 무수한 성공은 이제 그들의 희생자들을 자극하게 되었고,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고 주장하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루이-앙드레 도리옹이 쓴 <소크라테스>라는 책에 나오는 구절이다. 한국의 우파는, 그리고 때로 여기에 멋모르고 가담하기도 하는 너무 진지한 인문학자들은, 인터넷이라는 공론의 장을 죄악시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러나 인류 최초의 '인문학'은 이렇게 소란스러운 공론의 장에서 탄생했다는 사실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이 한국에서 훌륭한 인문학의 장일 수 있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공론의 장을 모르쇠하고 소크라테스를 공부하는 사람보다도, 그 소크라테스를 공론의 장에서 '실행하는' 사람이 진정한 철학도인 것이다. 역시 도리옹의 말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의 추한 모습을 화려한 옷 속에 감추지도 않았다. 그는 맨발로 돌아다녔고 여름이나 겨울이나 늘 같은 옷을 걸치고 있었다. 인간 소크라테스와 맞물려 있는 수많은 역석절인 모습 가운데 하나는 그가 별로 유리할 것도 없는 외모를 지녔음에도 굉장한 매력남이었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신을 사모하여 별무리처럼 모여드는 젊은이들에게 막대한 영향을 끼쳤는데, 이 젊은이들은 그에게서 몇 가지 습관, 이를테면 맨발로 돌아다닌다든가, 씻지 않고 지낸다든가 하는 것 등을 받아들이기까지 했다. 오죽하면 "얼빠진 추종자들"이라 부를만한 이런 행동을 묘사하기 위해서, 아리스토파네스가 소크라테스의 이름을 딴 새로운 동사를 만들기까지 했겠는가. 그는 실제로 <새>에서 "장발에다 굶기를 밥먹듯 하며 더러운 꼬락서니로 소크라테스 짓을 하던(esokraton)" 사람들을 조롱하고 있다.
디오게네스야말로 '소크라테스하던' 사람이었다는 것을 상기하면, 당시에 소크라테스가 젊은이들에게 미친 영향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디오게네스가 알렉산더대왕을 향해서 요구했던 것이 바로 "내 빛을 가로막지 마시오"였다. 권력에 대하여 이렇게 항상 인문학은 '나의 자유'를 주장하는 기원을 가졌다.




덧글
고물컴터 2010/08/24 11:26 # 답글
잘 읽었습니다.
랄프386 2010/08/24 13:55 # 삭제 답글
가끔 궁금한것은요.. 크산티페때문에 소크라테스가 그리된것인지..아니면 소크라테스가 그리되서 크산티페가 그리된것인지 입니다.
저의 경우를 보면.. 처음부터 악처는 아니었는데... ㅠㅠ
첫눈 2010/08/24 16:11 # 삭제 답글
비평이론학회 링크가 되지 않아서- 관련소식을 알 수 있는 곳을 찾다가 이 곳에 오게 되었습니다.여전히 해결은 안 되고 있습니다.^^ 예전 학회지를 다운받아 읽곤 했는데 굉장히 아쉽습니다.
그냥 생각해봅니다. 소크라테스가 자신의 문답법으로 말하고 행했던 철학적 삶과
그를 추앙하는 젊은이들이 따라하고 열광하며 만들어냈던 것들에는 간극이 얼마나 있을까요.
자신에 대한 기록을 전혀 남기지 않았던 그가 여전히, 시대를 초월하여 살아있는 이유는 무엇이며
좌우를 넘나들면서 경계도 없이 인용되고 있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요.
"권력에 대하여 이렇게 항상 인문학은 '나의 자유'를 주장하는 기원"을 가졌기에 그러할까요.
이택광 2010/08/24 17:02 #
비평이론학회 홈페이지는 곧 복구될 겁니다. 그리고 너무 큰 질문을 하셨네요^^
철학의 부재 2010/08/25 00:14 # 삭제 답글
포스팅의 테마에 그닥 맞지 않는 것도 같지만 요즘 이슈 아닌 이슈라. 오은선과 한비야의 삶의 행태에 대한 철학의 부재에 대한 코멘터리 기대해 봅니다. 오은선은 동료 전문(?)산악인들의 비호 아닌 비호속에 매스미디어의 후광과 더불어 양날의 검을 최근 동시에 경험하고 있고, 한비야는 남미 등 배낭여행자들의 오랜 문제제기 속에 철퇴를 맞은지 오래이지요. 이전 포스팅을 보니 한비야에 때한 짧은 코멘터리는 있던데 한비야의 문제에 대한 지적들 전후에 대한 코멘터리는 보이지 않아서요. 궁금하기도 하고. 뭐 지금의 관심 거리가 아니시면 아닌거지만요. 그래도 오은선 관련 건에 대해서는 뭔가 한 말씀 하실 것 같아 미리 여쭤봅니다요........칸첸중가의 오은선 / 오지의 한비야 / 인도의 류시화 / 파리의 홍세화................
Q 2010/08/26 23:47 # 삭제 답글
공론 하니까 떠오르는 생각인데, 제 경험 상 요즘 젊은이들 중에 온라인 좌파들이 많거든요. 그러니까 온라인 게시판에서 사람들이 토론하는 걸 지켜보면서 의식화하고 좌파가 된 케이스요. 한윤형이나 이상한 모자 같은 사람이 대표적인 케이스인 거 같아요. 그런데 사람들 코드가 좀 80년대 운동권 좌파 케이스랑 좀 다른 거 같아서 신기했어요.
이택광 2010/08/27 08:26 #
인터넷을 통해 대중들 스스로 '배움의 능력'을 발휘하는 겁니다. 공론의 장은 바로 대중들 스스로 배우는 장이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