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유명환 장관 사퇴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공정한 사회'에 대한 청와대의 의지는 상당히 인상적인 것이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이 말한 공정한 사회의 윤곽이 명쾌하게 드러났다. 말 그대로 '보수기득권'의 자기윤리를 정립하자는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나는 이런 프레임 자체가 상당히 진일보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명박 대통령의 공정한 사회론은 한국 우파에게 책임 있는 보수주의를 정립하자고 요구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서 '정상국가'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우파가 수용하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기조에 조선일보가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의 주장이 지난 좌파정권의 생각과 비슷하다는 것이 문제제기의 요지이다. 조선일보가 두려워하는 것은 자칫 공정한 사회라는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이 '권력의 칼'을 휘두르는 '하치하책'이다. 조선일보는 지금 "공정한 사회를 내걸고 각종 대중영합적 정책을 동원한 좌파정권에 대한 국민의 반발을 발판"으로 집권한 이명박 정부가 그 좌파정권처럼 "나라와 국민을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 특정 대학을 나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강북 사람과 강남 사람"으로 갈라놓을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 글은 조선일보가 취하는 스탠스의 문제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훌륭한 견본이다. 항상 주장하듯이, 조선일보는 갈등을 '절대악'으로 전제하고, 이런 악을 부추기는 행위로 파퓰리즘을 임의로 설정한다. 형식논리의 기본조차 지키지 않는 동어반복이다. 그러나 이 사설도 은연 중에 인정하듯이, 갈등은 현실의 문제일 뿐이다. 말하자면 갈등이 있기 때문에 파퓰리즘이 출현하는 것이고, 그래야 제대로 갈등을 해소해서 '선진사회'로 가지 않고 사회적 격차만을 강조하며 국민을 선동한 지난 정권을 '무책임한 정권'이라고 규정하는 조선일보의 논리가 성립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사설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나. 마치 사회적 갈등 자체를 지난 정권이 만들어낸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 않은가. 조선일보의 논리는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
내가 보기에 이제 이명박 정부는 균형을 잡는 것처럼 보인다. 이명박 정부가 이렇게 국가권력의 합리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움직이면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일들이 많이 벌어질 것이다. 조선일보처럼 떨떠름한 우파도 있겠지만, 선진화를 기표로 내건 공정한 사회정립에 대놓고 반대할 우파는 드물 것이다. 원래 국가권력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다. 그래야 국가권력은 사회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할 수가 있다. 지금까지 목격한 전면적 기강해이와 부실화가 이명박 정부에게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게 했다고 생각한다. 현재 이명박 정부는 사면초가이다. 누가 집권하든, 이명박 정부의 사람들은 다음 정권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필사즉생. 이 경우는 정면돌파밖에 없다. 흥미진진한 서바이벌 게임이 시작되었다. 이명박 화이팅!



덧글
만슈타인 2010/09/07 08:28 # 답글
한마디로 기득권층에서도 위기를 느낄 정도로 변화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변화를 요구하는데 대한 응답이라 볼 수 있군요
The Nerd 2010/09/07 09:11 # 답글
저도 '웬일로 이 정부가 맞는 소리 하고 있네' 하고 있던 참이었습니다.
그러지마 2010/09/07 11:10 # 답글
조선일보와 청와대의 전선이 그렇게 형성되고 있다니 '사회적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진일보 했네요. 그러나 '공정한 사회'를 가카가 이야기하기에는 가카가 살아온 세월을 돌이켜 봤을 때 자기 모순이라는 얘기죠. 학생이나 자식들에게 똑바로 살아라 이야기,하며 자신은 그런 삶을 살지 않는 어른들처럼 말이죠. 특히 가카께서는 좀 심하다 싶을 정도잖아요...가카께서 '공정한 사회'를 이야기해서 좀 우습기는 하지만, 이런 순기능도 있네요.
트랜지스터 2010/09/07 11:36 # 답글
이것이 여론을 위한 이미지 전략으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물론 이미지 전략을 위한 실질적인 방책도 뜸뜸히 실행하긴 하지만요...그나저나 관료들이 얼마나 막장이면 MB마저도 공정사회 구현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될까요;;;
] 2010/09/07 11:59 # 삭제
그러게요;;
2010/09/07 12:27 # 답글
비공개 덧글입니다.
푸르풍풍 2010/09/07 13:17 # 삭제 답글
저도 트랜지스터님과 같은 불안을 안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지금까지의 행태를 살펴보자면과연 '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이루겠다는 말일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내 입맛대로의 정치적 사정'이 되지나 않을지... 그럴 가능성이 높아보여 우울합니다.
다만 유명환 전장관의 인사조치에서 가느다란 희망을 봅니다.
^^ 2010/09/07 14:02 # 삭제
적어도 공무원 영역에서는 하기 힘들 거고, 다른 데에다가 할지도 모르죠.다만 아웃소싱이 힘든 영역에서는 설 자리가 없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 2010/09/07 14:01 # 삭제 답글
적어도 대통령이 된 이후의 말에는 책임을 져야 할 테니까요.이 발언이 말실수인지 사탕발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대다수에게 이익이 되는 좋은 발언이라고 생각합니다.
-_- 2010/09/07 16:56 # 삭제 답글
그래도 한나라당 뽑을 사람은 많을 듯 ㅋ
서귀포감귤 2010/09/07 18:49 # 삭제 답글
결국 '사정' 정국 만들자는 것 아니었던가요.그것이 사정司正이라면, 내 말 잘들어,아님 칼 들어간당,일테고.
그것이 사정射精이라면, 희생양 찾기겠죠. 지금 털어서 먼지 안날 사람없을테니.
이택광 2010/09/08 08:36 #
조선일보와 동일한 입장이시군요.
흠 2010/09/07 23:05 # 삭제 답글
이명박 지지 선언이라고 봐도 될까요
이택광 2010/09/08 08:37 #
흥미로운 독해입니다.
. 2010/09/08 00:18 # 삭제 답글
살면서 아직 큰 사기는 안 당해보셨나봐여?! ^^ ㅎㅎ균형을 잡는건지 균형을 잡는 척 하는건지는 두고봐야죠
우리각하를 보통인간의 관점으로 바라봤다간 큰코 다치실걸요! ^^; ㅋㅋㅋ
이택광 2010/09/08 08:39 #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을 봐야죠. 님처럼 이명박에만 집중하는 건 좋은 습관이 아닙니다.
. 2010/09/08 11:09 # 삭제
택광/ 그렇죠! 택광님 말대로 뒤에서 움직이는 사람들 이라도 균형감각이 좀 있는 분들이었음 좋겠네요근데 가끔 언론을 통해 청기와집에서 들리는 소식들을 보면 기대를 갖긴 좀 힘들지 않을까요? ^^;
이택광 2010/09/08 14:33 #
그건 우리 문제라기보다 저 사람들 문제죠.
] 2010/09/08 16:41 # 삭제
ㅋㅋㅋㅋㅋㅋㅋ
두더지 2010/09/09 10:44 # 삭제 답글
저도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내부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데 대한 위기감 공유가 있었겠지요.
안디슨 2010/09/09 13:16 # 답글
안녕하세요, 블로거 안디슨 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꼭 도움을 드려야할 일이 있습니다.한양대학교에 난입한 용역 깡패 때문에 노조 학사 분들과 학생 여럿이 다쳤으며 강화 유리가 깨져서 그 조각에 찔려 많은 사람들이 다쳤습니다. 도저히 묵과 할수 없는 이 난폭한 행동을 널리 퍼트려 주십시오.
글 링크 : http://ahndison.egloos.com/1841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