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원전 사고 여파가 본격적으로 한국에 밀려오기 시작했다. 방사능 비를 둘러싼 논란이 그 중 하나이다. 정부의 주장은 일본에서 방사성 물질이 유입되더라도 극미량이기 때문에 인체에 유해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이런 주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방사능이라기보다 이 ‘불신’이다. 일본 원전 사고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것이지만, 사고 이후에 발생할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대처는 오롯이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가 과연 제대로 믿음을 주고 있었는지 자문해보면, 방사능 대책을 놓고 벌어지는 정부에 대한 질타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정부는 구제역이나 4대강처럼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실수를 연발해왔고, 이것도 모자라서 국가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FTA협상문서 번역 오류 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그 ‘국민’은 도대체 누구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유입설을 편서풍에 근거해서 일축하던 정부는 실제로 일본 원전에서 흘러나온 물질이 한반도 상공에서 검출되자 ‘소통 장애’ 때문에 초기 발표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 본인들이야 억울할 수 있지만, 사건이 확대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태도는 애매하기 그지없었다.
급기야 방사능 비 예보와 함께 등장한 말이 “인체에 무해하지만 되도록 맞지 않는 것이 좋다”는 수준이었다. 이 표현을 두고 어떤 시민은 트위터에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마시오”라는 김 봉투의 실리카겔 문구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방사성 물질 대책과 관련한 이 발화는 그냥 웃고 넘기기 어려운 속내를 숨기고 있다.
말하자면, 지금 더 심각한 것은 방사성 물질이라기보다 정부 대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더 나아가서 이 불신의 정체는 현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집권세력’ 자체에 대한 회의와 연결되는 것이다.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일관성 있게’ 국가 구성원의 안전과 행복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번 방사능 비 대책에서 전달된 관계자의 발언이 정확하게 이런 태도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발화 구조에서 우리는 과학적 지식과 정부의 역할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전문가의 견해와 ‘되도록 맞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정부의 권고가 서로 뒤섞여서 ‘판단’과 ‘결정’을 유보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가 아니다. 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몫은 바로 ‘방사능 비를 맞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 근거해서 대책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과학적 지식이라는 중립적 기준으로 도피해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기에 바쁘다. 현 집권세력의 무능함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원전 사고와 방사성 물질 유입, 그리고 이로 인해 야기된 혼란에서 재차 절감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부족한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요청이다. 이 요청을 회피하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방사능 비쯤은 대수롭지 않은 재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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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게재되었음.
그러나 대다수 국민은 이런 주장에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한마디로 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다고 말할 수 있다. 문제는 방사능이라기보다 이 ‘불신’이다. 일본 원전 사고야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천재지변’에 가까운 것이지만, 사고 이후에 발생할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한 대처는 오롯이 정부의 몫이라고 할 수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 본다면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동안 정부가 과연 제대로 믿음을 주고 있었는지 자문해보면, 방사능 대책을 놓고 벌어지는 정부에 대한 질타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정부는 구제역이나 4대강처럼 환경문제와 관련해서 실수를 연발해왔고, 이것도 모자라서 국가 구성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FTA협상문서 번역 오류 건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지 않은가.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그 ‘국민’은 도대체 누구일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방사성 물질의 한반도 유입설을 편서풍에 근거해서 일축하던 정부는 실제로 일본 원전에서 흘러나온 물질이 한반도 상공에서 검출되자 ‘소통 장애’ 때문에 초기 발표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관계자 본인들이야 억울할 수 있지만, 사건이 확대되는 와중에도 여전히 태도는 애매하기 그지없었다.
급기야 방사능 비 예보와 함께 등장한 말이 “인체에 무해하지만 되도록 맞지 않는 것이 좋다”는 수준이었다. 이 표현을 두고 어떤 시민은 트위터에 “인체에 무해하나 먹지 마시오”라는 김 봉투의 실리카겔 문구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방사성 물질 대책과 관련한 이 발화는 그냥 웃고 넘기기 어려운 속내를 숨기고 있다.
말하자면, 지금 더 심각한 것은 방사성 물질이라기보다 정부 대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더 나아가서 이 불신의 정체는 현 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집권세력’ 자체에 대한 회의와 연결되는 것이다.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일관성 있게’ 국가 구성원의 안전과 행복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보여 왔다. 이번 방사능 비 대책에서 전달된 관계자의 발언이 정확하게 이런 태도의 일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이 발화 구조에서 우리는 과학적 지식과 정부의 역할이 서로 충돌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말하자면, ‘인체에 무해하다’는 전문가의 견해와 ‘되도록 맞지 않는 것이 좋다’는 정부의 권고가 서로 뒤섞여서 ‘판단’과 ‘결정’을 유보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인체에 무해하다’는 과학적 지식을 전달하는 전문가가 아니다. 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몫은 바로 ‘방사능 비를 맞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 근거해서 대책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과학적 지식이라는 중립적 기준으로 도피해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기에 바쁘다. 현 집권세력의 무능함이 어디에서 연유하는지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일본 원전 사고와 방사성 물질 유입, 그리고 이로 인해 야기된 혼란에서 재차 절감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부족한 민주주의에 대한 사회 구성원의 요청이다. 이 요청을 회피하는 것에 너무도 익숙해져버린 이명박 정부의 모습을 보고 있으니, 방사능 비쯤은 대수롭지 않은 재난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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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에 게재되었음.
덧글
그런 농담을 이해할 사람들이 많다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거라는 점...........
물론 정부의 이중적인 태도, 그리고 최소한의 대응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태도 등은 비판받아야 마땅하니다만, 이 문제를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만 치환시키는 것은 너무 편협한 시각이 아닐지 생각이 듭니다.
아마 인터넷 신문 기사 그대로 종이 신문으로 냈으면 신문사 죄다 쫄딱 망했을정도로 기사 질이 형편 없습니다.
특히나 자극적일것 같은 기사 제목으로 사람 낚는데만 급급하죠...
'방사능이 오긴 오지만 우리나라에 큰영향 없다'는 정부 발표는 대문짝만하게
'방사능이 다가온다!!!!!' 혹은 '시시각각 덥쳐오는 방사능의 공포'로 바뀌여서 올라와요;;
언론의 호들갑이 정상이라는 것은...저는 좀 아닌 것 같아요.
그건 정부가 더 잘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대책 수립을 오히려 방해하는 것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솔직히 현재 한국에서 생산된 식품까지 방사능 오염 검사 하는 것은, 정말 인력 시간 낭비일테니까요. 언론 오버로 인해 국민들이 과도한 공포와 민감한 반응을 보이니까 안심책 차원으로 하는 건데 사실 그런 노력 다른 데 투자하면 더 사회에 이득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최소한의 대응도 할 필요가 없는 일을 왜 정부가 나서서 호들갑을 떨어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편서풍 때문에 방사능 먼지가 한국에 못온다는 것도 그래요. 틀린 말이 아니죠. 서풍이 부는데 어떻게 먼지가 서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까? 그런데 말이죠. 지구가 둥그니 동쪽으로 흘러흘러 한반도까지 온 방사능 먼지는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니겠어요. 이런 상식적인 것까지 왜 정부가 챙겨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런 걸로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 도데체 겁나서 차는 어떻게 타고 다니며 미세 먼지로 가득찬 지하철 역 공기는 어떻게 들어마시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틀린 말 아닌데요? 기상청은 분명 "일본에서 직접 날아오지 않고 편서풍 때문에 지구를 한바퀴 돌아 희석될 것" 이라고 발표했지 "아예 오지 않는다" 라고는 말한 적 없는 걸로 기억합니다.
윗 분 말대로 서풍이 분다 해도 지구는 둥그니까 한바퀴 돌아서 오겠죠. 이런 건 정부가 일일히 설명하기 이전에 그냥 상식 아닌가요? 지구는 둥글다는 것도 설명해 줘야 함? 지금이 중세시대에요?
애초에 일본에서 한국으로 직접 방사능이 날아오면 이렇게 전국적으로 검출되지도 않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만 검출되지...
전국적으로 검출되었다는 것 자체가 편서풍을 통해 지구를 한바퀴 돈 다음 검출되었다는 증거죠
맨날 정부 소통 드립이니 뭐니 하기 전에 일단 언론부터가 과연 제대로 제 기능을 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일부 언론을 보면 아예 작정하고 사회를 혼란에 빠뜨리려 조장하는 거 아닐까 하는 정도로 이번 방사능 관련 왜곡보다는 심합니다
정부가 소통능력이 최악인건 맞습니다만, 중간에 낀 언론의 잡음 또한 무시하시면 안됩니다. 차라리 광우병 때를 가지고 정부의 소통능력에 집중을 한다면 모르겠지만, 이번일의 경우 정부와 국민의 소통을 책임지는 언론이 일부러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게 맞다고 봅니다.. 언론이 소개하는 전문가들의 설명은 극히 제한적이고 추가적인 설명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블로그에 돌아다니는 비전문가들의 주장이 정부의 대응에 대한 해명을 담당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예를들어 이글루스의 로셰( http://cogs.egloos.com/ )님은 국내 언론보다 더 많은 역할을 소화해 내고 있습니다.
결론은 이번 정권 들어와서 정부가 하도 소통이 지랄같으니까 언론사들도 전염된듯요.
이번 일이 벌어지는 동안 정부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며 안전하다는 걸 주장했지만, 당신들의 반응은 어떠했는가? 정말 소통할 생각이 없는 것은 정부일까요 아니면 당신들일까요. 당신들이 원하는 소통은 정부가 당신들의 발앞에 무릎 꿇고 싹싹 비는 것입니까?
난리피는 주체를 따지면 오히려 언론이 더 난리입니다.
이건 뭐 자칭 정론지는 다 황색지같고 인터넷언론은 소설판이 되고있는지경이니 OTL
소통의 문제에 대해서는 대체적으로 동의합니다.
이제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믿겠다는건 이해하겠지만 비판적 사고라는걸 다들 좀 해야지 그렇게 치면 세상에 믿을게 아무것도 없지 않습니까 OTL
그런 기사들 밑에 가면 정부 발표는 못 믿겠다, 과학이 완벽하진 않다며(물론 완벽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일에 대해 유일하게 근거 있는 주장을 완벽하지 않으므로 믿을 수 없다는 식) 무조건 위험하다는 기자에게 박수 쳐주고 트위터나 페이스북으로 퍼 나르고.. 대한민국 모든 또라이들의 합작품이죠
하다못해 정확한 기사를 내보내기 위해 관련 전공 교수나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얼마나 했는지?
고작해야 뜨내기 환경단체들 말이나 들으면서 정부 까기에 바쁘셨지...
반성하길 유치해선 ㅋ
차라리 언론들의 태도를 꼬집는 글을 쓰셨다면 더 공감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이번 방사능 비 문제에 있어 정부는 어디까지나 '피동'적인 입장에 설 수 밖에 없습니다. 쉽게 말해 2008년 촛불집회나, 글에서 언급된 4대강 문제 등과는 분명 다른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워 논란때 진중권을 공격했던 무지몽매한 대중이 과학자의 계몽을 무시하고 경향, 오마이, 한겨레의 뒤꽁무니를 좇으며 근거없는 공포감만 조장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1) 언론은 원래 그런놈들이고 문제는 정부.혹은 정부에게도 잘못이 있다.
2) 지금껏 정부가 그닥 신뢰감을 주지 못했다
인데
1)에 대해서는, 적어도 제 개인적으로는 이번 후쿠시마 원전 사태에 있어 한국정부에서 딱히 어떤 잘못을 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고
2)에 대해서는 그러한 이유로 정부를 불신하신다면 라쇼몽 님과 라쇼몽 님과 같이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정부가 과연 그 소위 '중심' 을 잡아 줄 수 있을지 의심스럽군요.
정부가 담당해야 하는 몫은 바로 ‘방사능 비를 맞지 않아야 한다’는 판단에 근거해서 대책을 ‘결정’하는 일이다. 그런데 정부는 과학적 지식이라는 중립적 기준으로 도피해서 판단과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기에 바쁘다
라고 하는데 지금 현재 상황은 그 '대책'이 필요 없는 상황입니다. 판단과 결정에서 도피하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아무것도 안해도 되는 시츄에이션이라는 겁니다.
호들갑을 떠는 언론이 문제지만, 그런 언론에 2011년에도 아직까지 휘둘리는 국민이 있다는게 더 문제 가 아닐지...
그냥 자꾸 이야기를 다른 쪽으로 끌고 갈려고 할 뿐.
마케팅에 실패했기 때문에 사라져야 하고, 전문가를 신뢰할 필요가 없다니 상당히 참신한 주장이시네요....
그럴거면 처음부터 반지성주의적 토양 운운을 하지 마셨어야(...)
방귀 낀 놈이 성 낸다.
로 압축할수 있겠군요.
진짜로 '무해하나 맞지 않는게 좋다'라는걸 어떻게 달리 표현합니까.
방사능은 없으니 안전하지만 황사가 섞여 맞지 않는게 좋은 비에 대해
'안심하고 맞으세요'라고 하는게 옳습니까?
정부가 불신을 조장하는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국민이 자기멋대로 불신을 조장하는것 또한 비난받아 마땅한데
지금 뭔 소릴 하는겁니까.
비이성적인 요소라는 건 인간, 그리고 사회 내에 내재된 제거할 수 없는 가장 근본적인 속성 중 하나입니다. 물론 우리는 이것을 합리적 이성에 의해서 충분히 제어할 필요가 있습니다만, 이걸 '외과적 수술(?)'을 통해 단번에 제거할 수 없다면 '정치'라는 장에서는 또 다르게 다루어져야 합니다. 정치는 결국 다수의 시민들의 공감을 사고 설득을 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인간에게 존재하는 감성적이고 비 이성적인 요소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즉, 광우병이나 방사능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질 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사람들의 불안을 달랠 책임을 '과학'에 떠맡기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이고 충분한 설득의 과정이라는 겁니다. 이 방면에서 이번 정부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