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의지 2.0 책읽기

트위터를 국가 정책 결정에 활용할 수 있을까? 트위터로 ‘국민’과 소통을 하겠다는 정치인들이 들으면 솔깃한 이야기일 테다. 물론 진지하게 이 문제에 접근하는 정치인들이 드물긴 하겠지만, 여하튼 실현할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을 것이다. 아즈마 히로키의 <일반의지 2.0>은 이런 궁금증에 대한 대답을 시도하는 책이다. ‘일반의지’라는 개념은 루소의 <사회계약론>에서 빌려온 것이다. 이 개념은 사회계약을 통해 탄생한 개인 의지의 집합체, 공동체의 의지를 의미한다. 루소는 이 공동체의 의지야말로 주권자이고, 따라서 개별 시민은 이것을 절대적으로 따라야 한다고 했다.

이런 ‘일반의지’ 개념은 루소를 전체주의자의 형상으로 비치게 만드는 결정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개인을 전체에 기탁했기 때문에 전체의 의사를 거스르는 행동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말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 개념은 통치자와 ‘공동체의 의지’를 분리시킴으로써 정부를 주권자의 대행기구로 설정하는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일반의지’ 개념은 전체주의적인 것인가, 아니면 민주주의적인 것인가?

저자는 이렇게 논란의 중심에 있는 루소의 개념을 정보기술시대에 맞춰 재구성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트위터를 비롯한 SNS 기술이 루소의 ‘일반의지’를 실현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가 보기에 ‘일반의지’는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산출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총기록사회’라고 부를 수 있는 인터넷 기술 기반 사회는 ‘일반의지’의 구현을 용이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논리이다. ‘일반의지 2.0’이라는 개념은 이처럼 정보기술에 바탕을 둔 새로운 공동체의 의사표현을 의미한다.

‘총기록사회’라는 것은 일상의 행위들이 데이터베이스로 바뀌어서 저장되고 있는 정보기술사회의 특성을 설명하는 저자의 개념이다. 아즈마 히로키는 이렇게 말한다.

“현대사회는 ‘총기록사회’를 향해 가고 있다. 이는 감시사회와는 다르다. 예전의 SF가 그렸던 거대 컴퓨터를 통한 국민 감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게다가 아주 자세하게 자신의 행동이나 사유의 이력을 네트워크에 남기기 시작하고 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무의식의 가시화’라고 부른다. 이런 주장은 다분히 사이토 준이치처럼 ‘만인에 대한 만인의 감시’라는 측면에서 신자유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관점과 일정한 차별성을 드러낸다. 과연 저자의 주장처럼 정보기술의 진보가 무의식의 가시화를 이루어내어서 숨어 있는 의지들을 모두 드러낼 수 있을까? 나는 상당히 회의적인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기본적으로 그가 이론적 준거점으로 잡고 있는 무의식의 개념이 프로이트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의식과 구분해서 무의식을 설정하고 있는 것도 설득력을 갖지 못한다. 의식과 무의식은 따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의 다른 면이 곧 의식인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의식과 무의식이 실제로 뫼비우스의 띠처럼 하나를 이루고 있다는 라캉의 견해를 참조하는 것이 저자의 문제의식을 더 명확하게 만들어줄 수 있었을 것 같다.

무의식을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것도 따져보면 ‘수치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무의식은 항상 가시화되어 있고, 그 가시화의 장치는 비단 인터넷만은 아니다. 인터넷의 특성은 실시간이자 쌍방향 매체라는 사실에서 발견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모든 내용을 가시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고 보기 어렵다. 모든 매체가 그렇듯, 인터넷 또한 표현할 수 없는 것을 배제하는 과정을 통해 가시화를 달성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책의 주제는 분명 흥미로운 것이다. 한계를 인지하면서 읽는다면 수많은 통찰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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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에 게재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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