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게토화 세상읽기

18대 대선득표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하지만, 전략 실패로 보수층 결집을 초래해서 문재인 후보가 패배했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 당연히 전략의 문제를 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여기에서 주목하고 싶은 것은 보수층 결집이라는 현상이다.

이 상황은 대구경북과 광주전남으로 나뉘어져 있어서 과거의 지역구도가 다시 복귀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딱히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강고한 지역감정이 이들에게 각자의 후보에게 ‘몰표’를 던지게 했던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이유 중 하나가 박근혜 후보의 집권을 ‘정권교체’로 여기는 태도였다는 여론조사 결과는 충분히 흥미롭다.

광주전남이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 까닭이나 대구경북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한 이유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셈이다. 물론 그 의미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입장에서 새누리당은 과거의 한나라당이라기보다 박근혜 후보의 당이었고,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후보의 집권은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가장 잘 대변해줄 수 있는 방법이었다.

특정 후보가 자신의 출신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것은 특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 한국 정치가 뒤떨어져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사실에서 문제를 찾기보다, 이들이 박근혜 후보를 자신의 가치와 동일시했다는 사실에서 문제를 찾아야할 것 같다. 이번 대선이 과거의 지역구도로 환원시켜서 일도양단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지역이라기보다 오히려 가치지향의 투표가 일어났기 때문에 보수층 결집이 가능했다는 말.

박근혜 후보라는 상징이 보여주는 가치는 무엇인가? 단순하게 박정희 향수라고 말하기 어려운 어떤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잘살아보세’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근대화에 대한 추억이다. 이 추억이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이 지역이 황금기를 구가했던 무렵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을 추진하던 그 시절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박근혜 후보의 집권을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는 정서가 이런 배경에서 발생한다. 게다가 이런 정서는 대구경북에 국한해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서울과 지방 사이에 격차가 커질수록 서울의 이슈가 지방의 관심사와 분리되는 현상이 가속화해왔다는 현실이 중요하다. 이른바 ‘서울 게토화’가 일어났던 셈이다. 그러나 이렇게 서울을 고립시키면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지방의 보수층은 결집했지만, 실상 그 뭉친 세력의 안을 들여다보면 지방이라는 서로 다른 이질성들로 꽉 차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야하겠다. 그 이질성을 비집고 들어가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
<한겨레21>에 게재되었음.

핑백

덧글

  • 싯딤 2012/12/26 12:21 # 답글

    여태 본 교수님 글 중에서 가장 공감되네요
  • tigeryoonz 2012/12/26 16:28 # 답글

    공감합니다. 감히 선생님 글에 숟가락 하나 놓으면.
    현대 정치에서 이질성은 당연한 것이고, 그 이질성이 없으면 현대적 의미의 정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투표는 자신의 욕망에 근거해 하는 것이고,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은 다양한 이질적 욕망을 하나의 레토릭으로 축약해 어떤 상징성을 전면에 내세우느냐에 승패여부가 달려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 전근대와 근대가 공존하고 그것이 세대차로 드러나는데 각 세대들이 수도권과 지방에 따로 모여있으니 지역별 투표 성향이 갈리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영호남은 여전히 전근대적 가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고 여겨집니다. 이번 선거는 전근대적 세력투쟁과 근대적 가치투쟁이 혼재된 상황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비슷한 레토릭을 사용했는데 결국 승패를 가른 것은 근대와 전근대의 가치를 모두 포괄한 박정희 아우라를 등에 업은 박근혜의 승리가 아니었나 판단하고 있습니다. 즉, 누구의 잘못이 아닌 그냥 박근혜의 승리라는 생각입니다.
    한가지 덧붙혀 군주정과 귀족공화정이 교묘하게 공존하는 한국정치 특수한 상황에서 공화정의 시끄러움 보다는 조용한 군주정에서 더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 아닌가 여겨집니다.
  • Fanet 2012/12/26 17:48 #

    근데... 도대체 안정이라는 개념이 뭐죠? 어떤 사람이 누굴지지한다고했을때 안정하길원해서라고 말하는 사람을 한번도 못봐서. 칼럼 비평 분석하는 자의 입에서밖에 못봐서요.
  • tigeryoonz 2012/12/27 10:31 #

    Fanet님 [네이버 사전] 안정安靜 : 육체적 정신적으로 편안하고 고요함
    죄송합니다. '안정'의 심오한 개념은 모르겠습니다. 단순하게 사전적 의미로 사용했습니다. 칼럼 비평 분석하는 분들이 이 표현을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 딱히 누굴 지지한다기 보다는 이 나라의 주권자로서 이 사회와 내 자신의 '이익'과 '안정'을 바라는 마음에서 투표합니다. 그래서 이에 적합한 가치를 말하는 분에게 투표합니다.

    이 댓글을 쓰면서 개념에 대해 생각하다가 ... 문득
    '게토'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셨는지 모르겠지만 '서울'을 과연 '게토'라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네요. 서울의 투표성향이 야당쪽으로 기운것은 맞지만 사실 거의 비등했습니다. 따지고 보면 서울은 온갖 다양한 이념과 가치가 혼재된 곳이고 한국에서 유동성이 가장 활발한 곳도 서울 아닐까요. 문득 '게토'라는 명칭과 '서울'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냥 선생님께서 글에서 의도하신 측면이라면 한국의 영토전반에서 볼때 지역적 혹은 세대적 특정가치를 공유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서울고립화'가 적절한 표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사실 인구수로 따져도 서울 경기에 인구의 반이 살고 있으니 고립화도 별로 적합한 표현이... '게토' '고립'은 왠지 지지성향을 색칠한 지도로 보여주는 과정에서 주는 시각적 착시가 아닐까 여겨집니다. 서울경기와 호남은 같은 색깔로 칠해졌지만 따지고 보면 지지도가 전혀 다릅니다. 야당 대 여당이 서울경기는 51:49. 호남은 90:10 정도로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인구수로 환산하면 비교조차 불가능하죠.
  • 2012/12/26 17:4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Fanet 2012/12/26 17:59 # 답글

    정말 머리하나 얻어맞는 느낌이었네요. 이제야 이해갑니다. 약간의 보수적성향이 있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조금 겁나네요. 뭐 시간은 흘러가니 어떤 새로운게 생길지모르지만.
  • 零丁洋 2012/12/26 20:23 # 답글

    지역주의는 가려질 수 없는 진실이죠. 지역주의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다는 표현은 소망일 뿐입니다. 보수와 진보가 애매하고 우파가 압도적으로 우세한 우리 현실에서 오르지 선택할 수 있는 기준은 지역이죠. 서울과 근교의 정서는 현정부에 대한 실망과 과거 권위주의 정치세력의 재등장에 대한 두려움이지 복지나 시민권리의 강화는 아니었죠. 친노 도대체 이게 정치적으로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우리 정치가 좌우 구도로 가는 도정에서 일시적으로 파생되어 흐름을 방해하는 알 수 없는 괴물체가 분명해 보입니다.
  • afaf 2012/12/26 20:36 # 삭제

    워메 노학자나 자칭좌파(민주당지지자)도 아니고 아직도 지역주의가 진실이라 하는 사람이 있다니...
  • 零丁洋 2012/12/26 23:50 #

    지역적인 적개심은 완화됐을지 모르나 성격이 유사한 두 정당 중 어딜 선택하겠나요. 이런 선택이 지역주의가 아니고 뭔가요?
  • afaf 2012/12/27 00:36 # 삭제

    이념이 비슷한 정당이 특정 지역에서 높은 지지도를 보이는건 현상이지 '지역주의'같은 이데올로기적인 것으로 이해해선 안됩니다.
  • 零丁洋 2012/12/27 08:33 #

    우리 나라에서 지역주의는 원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 보수 정파들의 사이에 정국 패권을 놓고 이용한 지역 이기주의죠. 사실 일제강점기 징용가셨던 분들 말로는 팔도가 모이면 삼남(전라,경상,충청)이 서로 동료의식을 갖고 뭉쳤다고 하더군요. 문제는 이런 타성이 우리 정치를 왜곡시킨다는 것이죠. 저의 견해로는 우리 사회 이념적 편향이 좀더 완화되고 좀더 선명한 진보좌파가 충분히 영향력을 갖출 때 비로소 지역 구도는 깨질 것으로 봅니다. 이런 진보좌파의 성장에 걸림돌이 친노라고 봅니다. 그래서 인간 노무현은 좋아했지만 지지한적은 한 번도 없죠.
  • 긁적 2012/12/26 20:41 # 답글

    ..... 이택광씨를 다시 보게 만드는 포스트네요. 잘 보았습니다.
  • 베뤼 2012/12/26 20:56 # 답글

    잘 읽었습니다 교수님 :)
  • 無碍子 2012/12/27 13:43 # 답글

    서울과 지방 사이에 격차가 커질수록 서울의 이슈가 지방의 관심사와 분리되는 현상이 가속화해왔다는 현실이 중요하다. 이른바 ‘서울 게토화’가 일어났던 셈이다.
    => 서울과 비서울 사이에 분리된 이슈 혹은 관심사가 무었입니까?

    대구경북 유권자들이 박근혜 후보에게 ‘몰표’를 던졌다는 사실에서 문제를 찾기보다, 이들이 박근혜 후보를 자신의 가치와 동일시했다는 사실에서 문제를 찾아야할 것 같다.
    => 호남권에서의 문재인 몰표현상은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 2012/12/27 16:25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그린비 2012/12/27 23:49 # 삭제 답글

    제가 정말 무식하지만, 글 몇자 써봅니다. 먼저 글 잘읽었습니다. 그런데 가치지향적 투표를 했기때문에 보수층 결집이 가능했다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박근혜 후보의 가치가 '잘살아보세'라고 요약한 근대화의 추억이라면, 그것이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추억과 뭐가 다른 것인지 이해가 안되네요. 그리고 박근혜 당선인이 그러한 상징을 지니는 것은 어떠한 근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 이미지에 불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다면 그것이 박근혜 당선인이 상징하는 '가치'라고 말할수 있느냐? 가치라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는 것은 박근혜 당선인은 새누리당에 소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당이라고 생각될 만큼 소위'친박'이라는 집단세력을 만들어왔습니다. 그것이 새누리당이 박근혜 당선인과 동일시 한 이유라고 생각이 되고요.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은 이명박 정부와 관계가 없는 사람처럼 여기게 된 것이죠. 또한 MB정부의 여당이라는 것으로 MB에 대한 안좋은 여론이 자신의 지지율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기에 줄 곧 MB정부와 멀어지기를 했기 때문에 정권교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 뭔 소린지 2012/12/28 15:58 # 삭제 답글

    박근혜 후보라는 상징이 보여주는 가치는 무엇인가? 단순하게 박정희 향수라고 말하기 어려운 어떤 요소가 있다. 그것은 바로 ‘잘살아보세’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는 근대화에 대한 추억이다. 이 추억이 대구경북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였을 것이다. 이 지역이 황금기를 구가했던 무렵이 바로 박정희 전 대통령이 경제개발을 추진하던 그 시절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박근혜 후보의 집권을 ‘정권교체’라고 생각하는 정서가 이런 배경에서 발생한다.

    박근혜는 박정희 향수 덕을 본게 아니라면서 박정희 시대의 지역 고도 성장 경험을 기억하는 대구 경북 지역 주민(고령층?)의 정서를 얘기하고 있다능.

    비평가나 평론가는 왜 일이 벌어지고 난 뒤에야 세상을 설명하려고 들까?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 미리 조언해 주는건 불가능한 건가? 여기가 로도스섬이니 뛰어보라고!
  • 로피탈 2012/12/29 01:42 # 삭제 답글

    논리가 좀 튀는 것 같네요. 당연한 것처럼 단정하며 넘어가는 것들이 무심코 받아들이기엔 많은 설명들이 필요해 보입니다. 목적을 가지고 선언적인 글쓰기를 하는 걸로 읽히기도 합니다.
  • 멍멍 2013/01/05 13:05 # 삭제 답글

    박근혜 바탕이 단순한 박정희 향수가 아니라면서, 대구가 가장 잘 나가던 '잘 살아보세' 에 대한 추구였기에 가치지향 투표 였다니... 이런 앞뒤 안 맞는 책상머리 분석을 용기 있게 할 수 있다니. '잘 살아보세' 가 합당한 근거도 없이 단순히 박근혜에게 대입 되는 게 박정희에 대한 향수가 아니면 뭐란 말인가.
    또한 특정 후보가 자신의 출신지역에서 많은 지지를 받는 게 특별할 것도 없고, 지역주의도 아니다...?? ㅋ
    그러나 아무리 후보 출신지역 이라도 80% 지지를 받는게 (더구나 그 지역 여타 출신자들도 많을텐데)
    지역주의 말고 딱히 설명이 되나...??

    지역주의란 자기 지역 출신 후보를 지지하는 경향에 대한 설명도 되지만, 특정 지역에 대한 맹목적 반감도 포함 되는 것이고, 따라서 지역주의는 아직도 한국정치에 순간순간 형태를 달리 해서 나타나는 가장 큰 상수다..
  • dddd 2013/01/07 13:39 # 삭제

    가치지향 투표도 있고 지역주의도 있겠지요
    이택광의 글은 (주된 독자층으로 상정되는 문재인 지지자들의) 지역주의라고 단정짓는 의견에 대해
    반대의견을 내는 것이고요

    본인이 이택광 얼터에고도 아니고
    이택광이 무슨 소리를 하든 주체적으로 걸러서 듣는 게 맞습니다
    흑 아니면 백으로 단정지을 게 아니예요
댓글 입력 영역
* 비로그인 덧글의 IP 전체보기를 설정한 이글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