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자 요한과 예수 그림읽기


내 관점대로 이야기하자면, 성서에 묘사된 여러 사건 중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세례자 요한이 예수에게 세례를 준 행위였다고 본다. 다빈치의 그림에 이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마가복음은 이렇게 적고 있다. 

그 때에 예수께서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와서 요단 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곧 물에서 올라오실새 하늘이 갈라짐과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자기에게 내려오심을 보시더니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성서는 분명히 세례자 요한의 세례로 인해 예수가 신으로부터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선언되었다고 기록해놓았다. 세례자 요한은 누구인가. 역시 마가복음은 이렇게 밝히고 있다.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의 시작이라
선지자 이사야의 글에 보라 내가 내 사자를 네 앞에 보내노니 그가 네 길을 준비하리라
광야에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어 이르되 너희는 주의 길을 준비하라 그의 오실 길을 곧게 하라 기록된 것과 같이
세례 요한이 광야에 이르러 죄 사함을 받게 하는 회개의 세례를 전파하니
온 유대 지방과 예루살렘 사람이 다 나아가 자기 죄를 자복하고 요단 강에서 그에게 세례를 받더라
요한은 낙타털 옷을 입고 허리에 가죽 띠를 띠고 메뚜기와 석청을 먹더라
그가 전파하여 이르되 나보다 능력 많으신 이가 내 뒤에 오시나니 나는 굽혀 그의 신발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나는 너희에게 물로 세례를 베풀었거니와 그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시리라. 

신앙심을 잠시 내려놓고 세례자 요한의 마음을 냉정하게 들여다보자. 요한은 광야에서 고행을 하고 돌아온 이른바 선지자이다. 이 당시 유대사회에서 선지자란 존재는 왕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셀럽이다. 이 때문에 요한은 후일 죽임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세례자 요한의 말은 특별한 말이라기보다 당시 거의 모든 유대 예언자들이 하던 말이기도 했다. 내가 읽은 한 논문에 따르면, 이런 예언자의 '외삽'이 유대사회의 모순을 해결하는 하나의 통치술이었다는 해석도 있다. 

그런데 마가복음의 기술만 보더라도, 세례자 요한에게 남다른 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바로 신의 자손이라 자부하던 유대인들조차도 죄가 있으니 세례를 받아야한다고 외쳤던 것이다. 한 마디로 새로운 초식이 등장한 것인데, 평범한 유대인들은 이런 세례자 요한의 퍼포먼스를 열렬히 환영했다. 군중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그에게 세례를 받고자 했다고 하니 정말 장관이었을 것이다. 블루보틀 개장에 몰린 인파 못지 않았을 테다. 한 마디로 엄청난 인기를 누린 셀럽이었다는 뜻인데, 이 흔적은 그를 최후의 예언자로 숭배하는 만다야교의 존재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런 셀럽 요한 앞에 자신을 "신의 아들"이라고 칭하는 한 젊은이가 나타났다고 생각해보자. 보통의 '꼰대'였으면, 요한은 미친놈이라고 야단쳐서 내쫒지 않았을까. 그런데 요한은 그렇게 하지 않고 세례를 줬다. 인간은 신이 될 수 없다는 유대교의 금기를 깬 예수도 파격 자체였을 텐데, 셀럽의 오만에 빠지지 않고 무명의 예수를 알아보고 인정해준 세례자 요한도 대단한 별종이었던 셈이다. 이 한번의 선택 덕분에 세례자 요한은 예수의 사촌으로 승격되었을 뿐만 아니라, 비록 유대교인이지만 기독교 최대 성인으로 여전히 세계적 명성을 누리고 있지 않은가. 기독교는 바로 이 파격의 동지애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덧글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5/15 18:00 # 답글

    종교미신은 이제 인류가 극복해야 할 과제가 아니겠습니까?
  • 광주사태미국책임인가 2019/05/15 19:05 # 답글

    게다가 괴뢰반동학살자 이승만을 지탱한 세력이 친일파와 함께 기독교였다는 역사적 사실도 있지 않습니까?
  • 오거리 2019/06/02 08:34 # 삭제 답글


    "신앙심을 잠시 내려놓고...." 이 부분이 중요할 듯 합니다. 문화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기독교 전체를 지워버릴 수는 아마 없을 거임. 지적인 훈련을 지원하여 그 원기독교의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찾도록 함이 보다 효율적. 그런 점에서 수줍은 이의 잡담은 이 세례의식에서 '예수천당, 불신지옥' 정도의 미신을 본 것이 아니고 영적인 동지애랄까 신천사(앙겔루스 노부스)의 연대의식을 통해 역사에 드러났던 한편의 꼼뮨을 볼 수 있다는 술회일 겁니다.
  • 블루투스 2019/06/12 17:46 # 삭제 답글

    예수님과 세례요한은 원래 사촌이었잖아요~ 마리아가 예수님을 잉태했을 때 친척인 엘리사벳이 방문했는데 그때 태아이던 세례요한이 복중에서 뛰어놀았다고 성경에 나와요 ㅎㅎ 세례요한은 예수님이 구원자라는걸 알고 있었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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