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행사 계획을 마무리 중인데, 이태원 참사와 북한 미사일 때문에 벌써 방문을 주저하는 분들이 등장하고 있다. 예민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나 역시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조지아 가야할 일도 취소했으니, 어쩌면 예측 가능한 변수 아니었을까. 작년이 나에게 더할 나위 없었다면 올해는 뭔가 침체의 분위기에서 연말을 맞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상상하기도 끔찍한 이태원 참사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 또래들이 거기에서 어처구니 없이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에 너무도 화가 난다. 거기에 정쟁만을 일삼고 있는 이 무능한 엘리트들을 보고 있으면 뜨거운 기운이 머리 끝까지 올라온다.
여하튼, 그럼에도 시간은 가고 연말이 다가왔다.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유물론 컨퍼런스를 갔다오면 이제 학기를 마무리하고 내년 1월에 파리와 브라이튼에 가야한다. 낭테르 대학과 브라이튼 대학에 방문 교수로 가서 한 달 동안 그곳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정이다. 프랑스 분위기가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걸 작년에도 느꼈지만(팬데믹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내년에 가서 무엇이 바뀌고 있는지 재차 확인해볼 기회이다.
우리는 과거의 습속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그 미래는 과거의 연속이 아니라 단절로서 온다. 과거와 단절하지 않은 현재는 그냥 과거의 지속일 뿐이다. 이 단절의 우연성은 예측 불가능하다. 그 우연성은 과연 무엇을 바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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